고탑古塔 사색
-석남사삼층석탑을 찾아서...
3월인데도 산사는 아직도 겨울 냉기가 조금 남아있다.
비구니 사찰 석남사 삼층석탑 앞에 섰다.
탑이 참으로 앙증맞고 아름답다.
각 기단과 상층부와의 체감비가 잘 조화되어
전체적인 체감비율이 안정적이고 편안한 감을 준다.
삼층석탑이 거의 그렇듯이 이 탑 역시 전형적인
통일신라시대 탑으로 비록 크기는 작아도
탑 앞에 서면 나 자신이 작아지는 느낌이 들고
그리고 탑은 거대한 우주처럼 다가온다.
탑은 부처의 세계를 상징적으로 구현한 석조물이다.
그래서 위대하고 거대한 종교적 존재이다.
그러나 이러한 종교적 상징성에 앞서 물리적으로 보더라도
탑은 크고 거대한 존재이다.
탑이 조성된 지 어언 천년하고도 수백 년...
그동안 인간은 수도 없이 낳고 죽고,
모든 생물들도 멸하고 생하기를 반복 해왔지만...
탑은 천년 세월 모진 풍상을 겪어 왔으면서도
꿋꿋이 말없이 한 틈의 흩트리러짐도 없이 오늘에 이르니
그 앞에 선 인간이 얼마나 보잘 것 없는 작은 존재이며
탑은 얼마나 거대하고 깊은 존재인가.
석탑은 신앙적 관념을 잠시 벗어나서 생각해도
불교 석조미술의 진수임에 틀림없다.
이러한 석탑을 바라보는 시각은 단순히 석조미술품이나
오래된 문화재로만 보아서는 별로 감정이 일어나지 않는다.
탑은 무엇이며, 또 나는 무엇인가?
깊은 명상과 사유로 탑 앞에 서서
나의 존재를 생각해 본다.
나는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석남사를 자주 찾는다.
일주문을 지나 곧장 삼층석탑에 서서 탑을 바라보는 것이
나의 명상 방법이다.
비가 내릴 때도 오고, 눈이 내릴 때도 온다.
어느 때는 아침에....,
어느 때는 석양이 질 무렵에 온다.
기분이 우울할 때도 오고,
외롭고 고독할 때도 온다.
삶이 힘들 때도 오고,
사랑이 고통스러울 때도 온다.
탑은 그럴 때 마다 평화를 준다.
오늘은 겨울 한 낮에 탑 앞에 섰다.
모든 시간은 적막 속에 묻혀 있고,
염불소리마저 들리지 않는다.
오직 석탑과 나 만 존재 할 뿐이다.
♠석남사삼층석탑은 통일신라 시기인 9세기경에 조성된 것이다.
현재는 극락전 앞 종무소 뒷켠에 자리하고 있으나
원래의 자리는 대웅전 앞에 있었다.
그런데 절 측에서 1973년 현재 대웅전 앞에 서 있는
삼층석가사리탑을 새로 세우기 위해서 원래 있던
삼층탑을 극락전 앞 현재의 위치로 옮겼으니.....
진짜 석남사 보물을 몰라 본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석탑의 상층부 노반(露盤) 이상의 상륜부는 후대에 새로
세운 것으로 추정된다.
석남사삼층석탑은 울산광역시 유형문화재 제5호이다.
>미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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