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 일기/산촌의 아침

씨감자를 심으며~

migiroo 2015. 3. 21. 21:25

 

 >2015.3.21


씨감자를 심으며~

 


엄밀히 말하면 나는 농부가 못 된다.
농사로 돈 벌고, 먹고 사는 것이 아니니 말이다.
그러나 흙을 만지고, 씨를 뿌리고, 기다리고....
열매를 얻음이니 얼마나 행복한 농부아닌 농부인가.


연사흘 동안 흙과 뒹굴면서 씨감자를 심기 위한 준비를 하였다. 밭을 몇 번 뒤집고 고른 다음  일곱 고랑에 대한 비닐멀칭까지 끝냈다. 난생 처음 심어보는 감자, 씨감자는 읍내 종묘사에서 4kg을 샀다. 감자도 여러 종류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번에 산 것은 주로 반찬을 해 먹는 ‘수미’라는 씨감자와 그냥 삶아먹는 ‘대서’두 종류다. (*감자 종류. 수미, 대서(선홍), 조풍, 남작) 

 

 

 

 


감자 심는 요령은 주로 인터넷에서 찾아 익혔다. 씨감자 눈을 자르고 그리고 절단면에 재를 듬뿍 묻혔다. 드디어 오늘 씨감자를 파종하는 날이다.

 

 

 

 


감자 심는 기구가 있다하기에 종묘사에 알아보니 무려 5만원 이라고 했다. 코딱지만 한 텃밭인데 고가(?)의 파종기까지 구입할 필요는 없을 듯하여 간단하게 직접 만들어 봤다. 만든 파종기(?)를 멀칭 된 비닐에 대고 쑥 누르니 씨감자 들어갈 둥근 구멍이 생기고 흙까지 딸려 나왔다. 몇 번 테스트를 해보니 그런대로 쓸 만하였다. 3시간 만에 감자 파종 작업을 끝내고 나니 저녁이 되었다. 그때서야 오늘 점심을 먹지 않은 것이 생각났다. 일에 열중 하다보면 끼니를 거르는 때가 비일비재 하다.

 

 


서울내기 아내는 산촌생활에 절대 반대하면서 걸핏하면 서울 자식들한테 간다. 그러니 홀아비 아닌 홀아비 신세, 그런 아내를 나무랄 수가 없다. 남자는 흙을 파고 나무를 심는 등 산촌생활에 할 일이 많지만 도심생활에 익숙한 여자(아내)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아내는 심한 당뇨병을 앓고 있다. 위급한 경우에 달려갈 병원도 너무 멀다. 거기다가 친구도 이웃도 없는 산촌생활이 늙은 아내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환경이다. 그리고 너무 고적하고 심심하기 때문에 못 견디고 서울로 다라나 버리는 것이다. 그런 아내를 나는 산촌에 잡아 놓을 수가 없다.

 

 


오늘 하루 종일 밭일과 씨감자와 씨름을 하고 나니 몸이 녹초가 됐다.
그래도 기분은 좋다.
지난 가을에 심은 쪽파, 양파가 새파랗게 싹을 틔우고 올라오고 있다.
추운 겨울을 용케 견뎌 내고 봄이 되자 싹을 틔우는 그들....
그래서 자연은 위대하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아무리 서툰 초자배기 농부의 농사라 할지라도 자연은
그 대가를 반드시 줄 것이라 믿는다.

 

밤에 서울 사는 아들애로부터 전화가 왔다.


“아버지, 너무 힘들게 농사일 하지 마세요.”
“뭐하려 감자 심으려고 하세요, 그냥 사 잡수세요.”


(참으로 효자로구나....)


“야, 이 눔아 내가 먹을 게 없어서 농사 짖니...”
“심심하고 외롭고 그리고 운동 삼아 하는 거지...”

 
(애비 용돈도 안 주는 놈이....)


조금 있으니 역시 서울 사는 딸애한테서도 전화가 왔다.


“아빠, 뭐해...?”
“오늘 감자 심고 쉬고 있지....,”
“아빠, 밭에 나갈 때는 꼭 썬 크림 발라야 데....”
“아빠, 안 되겠어, 그렇게 일하다간 병나, 다시 아파트로 옮겨야 갰어...”


(효녀로 구나...)


딸애가 사준 선크림은 딱 한번 바르고 처박아 놓았다.
매일 바르기도 귀찮을 뿐더러 땀을 닦을 때마다
벌겋게 선크림이 묻어나기 때문이다.
딸애는 전화만 하면 다시 아파트로 옮기라 한다.


산촌에 밤이 찾아왔다.
밤하늘에 별이 총총하다.
나는 별들에게 말한다.


“오늘 하루도 일을 할 수 있는
건강을 주시여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未知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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