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7.20
분청사기 이야기~
◆분청사기상감연화당초문병(粉靑沙器象嵌蓮花唐草紋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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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청사기 연꽃넝쿨무늬 병 -조선시대 15세기 작품(보물 제1067호) -병 높이 31.7cm -국립중앙박물관 |
미스 코리아 진선미 중에 누가 더 미인인가를 묻는다면 대답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 고미술품 도자기 중 고려청자, 조선백자, 분청사기 중 어느 것이 더 아름다운지 그 우열을 가리는 것도 쉽지 않다. 왜냐하면 미인이나 도자기나 그 사물 자체보다는 그것들을 보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선호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나에게 굳이 대답을 요구한다면 나는 화려하지 않고 소박하고 밋밋한 분청사기나 백자달항아리 같은 서민적 뉘앙스의 도자기를 더 선호하는 편이다.
그러나 오늘은 좀 색다른 도자기 얘기를 하고자 한다. 솔직히 나는 도자기에 대한 것에는 문외한 편에 속한다. 도자기 제작 과정이나 연대를 구분할 줄 아는 지식이나 식견도 별로 없는 편이다. 다만 우리의 옛 도자기들을 그저 좋아할 뿐이다.
국립중앙박물관 3층 도자공예실, 고려청자를 감상하고 내가 좋아하는 분청사기실로 들어간다. 분청사기는 고려말에서 조선초기에 걸쳐 약 150년 간 유행했던 도자기이다. 또한 분청사기는 고려청자 같은 고급품종과는 달리 생동감 있고 자유분방하며 서민적인 특징이 엿 보이는 도자기이다. 하지만 조정의 관요(官窯)에서 만드는 백자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분청사기는 오래 가지 못하고 16세기 중엽 무렵부터 점차 사라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작년 10월 경, 내가 좋아하는 소박한 분청사기를 보는 중에 눈에 띤 이 도자기 앞에서 나는 한참 동안 자리를 뜨지 못하고 카메라 셔터만 연신 눌러댄 기억이 있다.
분청사기상감연화당초문병(粉靑沙器象嵌蓮唐花草紋甁), 이 길고도 긴 한문자 이름을 가진 분청사기, 요즘 학생들이나 젊은 세대들이 어려운 한자의 뜻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의문스럽다.
그런데 도자기 이름은 왜 어려운 한문자를 사용할까?
만약 한문이 아니고 순수한 우리말로 이름을 풀어서 짓는 다면 아마도 너무 이름이 길어져 외우기조차 어려울 것이다. 한문은 뜻 문자이므로 글자 하나하나마다 그 뜻이 응축 되어 있다. 그래서 한글로 쓰면 여러 문자로 표현 될 것을 한문은 한 두 문자로 간단히 그 뜻을 나타낼 수 있어 좀 어렵지만 도자기에 한문이름을 사용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요즈음에는 문화재청에서 어려운 문화재의 한문 이름을 아름다운 우리글로 변경 사용하는 사례가 많다. 그러나 그 마저도 한문과 한글을 혼합한 이름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粉靑沙器象嵌蓮唐花草紋甁‘을 ‘분청사기연꽃넝쿨무늬병’ 이라고 변경하여 부르기도 한다.
이 ‘분청사기상감연화당초문병’은 보기만 해도 안정감이 있고, 몸체 전체에 상감기법으로 활짝 핀 연꽃 송이와 연꽃넝쿨 무늬를 입혔는데도 화려하지 않고 간결하면서도 기품이 넘쳐 보인다.
그야말로 앙증맞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작고 예쁜 동그란 주둥이...., 긴 목 언저리, 가냘픈 어께선과 잘록한 허리선.... 그리고 유연하게 아래도 흘러 펑퍼짐하게 넓어지고 있는 풍만한 엉덩이 선...., 연꽃 문양을 한 뜸 한 뜸 수(繡) 놓은 긴 치마를 입은 우아하고 기품 있는 귀부인을 연상케 하는 모습이다.
손아귀에 쏙 들어오는 목 언저리를 살며시 잡고 조용히 기우리면 졸졸졸 어떤 물이 흘러나올까?
이른 새벽 어머니가 길어온 정화수일까? 해수관음보살 정병 속의 약수일까? 아니면 고급청주일까? 정화수이든 청주든 약수이든 한 모금 마시기만 하면 온 몸에 베인 속진이 말끔히 씻겨 내려 갈 것만 같다.
보물 1067호, 보물과 국보의 차이는 종잇장 차이라지만...., 국보급으로 격상시켜도 전혀 손색이 없을 것 같은 분청사기....., 비록 모조품 일지라도 한 점 사들여 늘 바라볼 수 있다면 오죽 좋으랴.
흙으로 빚은 토기에 백토 분장을 한 후 그 위에 회청색 유약을 입혔으니 여인이 곱게 화장을 했음이다. 그래서 분청사기이다. 언뜻 보면 사기가 아니라 청동제 병 같기도 한데 이는 상감기법을 이용한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연꽃과 연잎의 윤곽선은 백색으로 안쪽은 검은 색으로 처리하여 연화의 문양이 더 두드러지게 돋보인다. 문양이 복잡하지 않고 단출하지만 몸체 전체에 연잎이 대칭혹은 비대칭적으로 새겨져 있어 전체적으로 무개감이 있어 보인다.
세상 등지고 촌구석에 사니 언제 또 서울의 중앙박물관에 가 보랴.... 내 몸은 여기 있는데 내 사색의 나래는 걸핏하면 박물관으로 내달린다. 형편이 어려워 도자기 한 점 집에 둘 수 없으니 박물관에라도 가서 감상할 수밖에 없으이.... |
문화재로 지정된 분청사기
●국보급 분청사기
●보물급 분청사기
>미지로 떠나는 여행길 未知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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