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단상/경주南山 斷想

2. 경주남산, 석불의 목을 자른 자는 누구의 만행인가?

migiroo 2015. 11. 20. 21:28

 

 

>2015.11.16

 

2. 경주남산,

 

   석불의 목을 자른 자는 누구의 만행인가?

 

삼릉골 (목없는)석조여래좌상

 

겨울바람이 씽씽~ 부는 어느 날 나는 이 분을 찾았었다.

머리도, 수족도 모두 던져 버린 분....

그러나 나는 이 분으로부터 천년의 법음(法音)을 들었다.

 

 

 

 

어느 달밤, 한 떼의 무지몽매한 무리들이 석불을 찾았다. 그 들의 손에는 육중한 쇠 둔기가 들려 있었다. 잠시 후 그들은 사방을 두리번거리더니 석불 뒤로 갔다. 그리고 가차 없이 둔기로 석불의 광배를 박살내고 이어서 석불의 팔고 다리를 차례로 내리쳐 깨버렸다. 이번에는 석불의 머리를 뒤에서 내리쳤다. 한번, 두 번....

석불의 머리는 그래도 붙어 있었다. 다시 다른 사람이 둔기를 받아 들고 내리쳤다. 둔탁한 굉음이 밤공기를 뚫고 숲속으로 사라졌다. 이윽고 석불의 목은 몸에서 떨어져 대굴대굴 굴러서 저 아래 계곡 속으로 쳐 박혀 버렸다.이 들은 자신들이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불상한 중생들이다. 부처의 목을 치다니....

 

머리가 떨어지는 순간 석불이 목에서 하얀 피가 솟구쳤다. 솟구친 피가 달빛에 비쳐 영롱한 구슬이 되어 잠시 허공에 맴돌다가 꽃비처럼 땅으로 떨어졌다. 그 광경을 보고 무리들은 기겁을 하고 산을 내려왔다. 산 아래에는 갓 쓴 선비 두어 명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선비들은 헉헉거리는 그들 손에 엽전 꾸러미를 쥐어주었다. 그들은 엽전을 받아 들고 황망히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 후 산 아래 마을 사람들은 충격과 슬품 속에 쌓였다. 마을에 계속적으로 우환이 생기고 석불 훼손에 간여했던 선비들과 무리들이 한 사람씩 한 사람씩 원인모를 죽음을 맞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경주남산에는 부서진 석탑과 머리와 수족이 훼손된 석불들이 수도 없이 많다. 인간은 간절한 마음으로 탑이나 석불을 조성하고는 또 천인공노할 만행으로 탑과 석불을 망가트리니 선과 악의 인간의 이중성은 도대체 어디로부터 생기는 것일까 모른다,

물론 위의 글은 순전히 상상으로 쓴 픽션에 불과하다. 그러나 여러 정황으로 봐서 숭유억불 조선시대에 저지른 만행일 것이라는 추정을 모두 부인 할 수 없다.

 

석불의 머리는 어디 갔는가?

 

머리 없는 석불 앞에 선다.

그리고 나는 묻는다.

 

"당신의 존재는 무엇입니까?"

"부처입니까? 아니면 한낱 돌입니까?”

 

그러나 석불은 이런 물음에 대답을 주지 않는다.

입이 없으니 말 할 수가 없고, 귀가 없으니 들를 수가 없음이다.

머리도 없으니 생각할 수도 없다. 그러나 이분은 분명한 부처이시다.

머리와 입과 귀가 없는 것은 바로 나 자신(중생)이다.

그래서 석불의 대답을 들을 수도 볼 수도 없는 것이리다.

 

 

 

 

 

 

석불의 앞가슴 옷 주름 과 매듭

 

 

 

 

 

 

옷 매듭이 너무도 사실적이고 섬세하다.

어찌, 그 거칠고 단단한 바위를 쪼아 이처럼

아름다운 문양(영락과 옷주름)을 표현 할 수 있을까?

천 수 백 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조각의 질감이

살아 있는 듯 부드럽고 유연하다.

 

신라 석공의 손은 신의 손임이 분명하다.

 

 

 

 

3.영원한 신라의 연인, 마애관음보살상!

 

삼릉골마애관음보살상

 

 

 

 

 

목이 잘린 석불의 아픔을 가슴에 담고 발길을 옮긴다.

아니 목 잘린 석불의 아픔보다 내 가슴이 더 아프다.

고통의 계곡, 마애관음보살을 향하는 길은 짧지만 험하다.

바위 하나하나가 모두 각기 다른 고통의 응어리 같다.

고통의 바위 길을 넘자 신라의 아름다운 여인이 나를 반긴다.

바로 바위 면에 새겨진 마애관세음보살상이다.

한 손엔 나에게 줄 감로수가 담긴 정병이 들려있다.

보살의 감로수 마시고 저 아래에서 받은 고통을 버리라는 것일까.

 

 

 

 

 

아름다운 여인, 잔잔한 미소.

슬픈 듯 이슬 맺혀 지그시 감은 눈.

한없이 사랑스러운 자비의 미소.

촉촉이 젖어 있는 불그스레한 입술.

유연하고 가냘픈 허리.

가슴 울렁이게 하는 풍만한 가슴....

신라의 젊은 여인이 여기에 서 있다.

 

 

 

 

관음보살 앞의 바위들이 마치 머리를 숙여 합장하고 있는 사람 같다. 이 마애불을 보고 있으면 신라의 여인들이 이렇게 아름다웠을 같은 생각이 든다. 다시 그 고통의 바위 길을 걸어 나온다. 그러나 고통은 사라지고 기쁨이 충만해졌다. 감로수를 마신 효력이 이렇게 빠르다니 아름다운 관음보살의 향기가 온 몸에서 풍긴다.

 

 

2편 끝, 3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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