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1. 16
5.경주남산, 미남 되신 돌부처님
●삼릉계석조여래좌상(보물 제666호)
하늘에 구름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오후부터 비가 내릴 거라는 일기예보에 발걸음이 불안해 진다. 아직 반도 못 왔는데.... 시간은 자꾸 흘러가고 발걸음은 무디다. 석불이나 마애불을 보고 또 보고..... 마음으로 담기 때문이다. 서둘러 걷는다. 그러나 서두르면 건성건성 마음에 담지 못한다. 탐방 길에 문화재를 카메라로 찍는 것도 좋지만 마음속 감성으로 담아 오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했던가....
사람들은 젊게 보이기를 좋아한다. 여자도 젊은 여자가 좋고 남자도 앳된 남잘 좋아한다. 부처님도 젊기를 좋아하실까. 남산에는 젊고 잘 생긴 부처님(석불)이 계신다. 성형수술(복원)로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신한 석불이다. 복원 전 모습은 그야말로 못 생긴 추불(醜佛)이었다. 광배(光背)는 깨져 조각나 나뒹굴고, 머리도 잘려 오랫동안 없어진 것을 용케 발견되어 다시 붙였으나 코도 망가지고 입과 턱은 아예 떨어져 나갔는데 그 후 누군가가 시멘트로 땜질을 해 놓았는데 그만 가장 못생긴 석불이 되고 말았다.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그 못 생김 덕분에 더 유명해진 석불이 됐다. 이 석불은 광배의 조각이 우수하고 자세가 당당하고 연화대좌의 조각술이 섬세하여 일찍이 보물 제666호로 지정 되었다.
그런데 이 못생긴 부처님이 드디어 성형수술(?)을 받았다.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석불을 몽땅 들어내 연구소로 옮겨 오랜 시간 고증을 거쳐 깨진 코도 높이고 유실된 입과 턱도 새로 만들어 붙였다. 또한 깨진 광배도 잘 접착하여 석불 뒤에 배치하는 대수술을 했다. 2008년 말에 복원 됐으니 벌써 7년이나 됐다. .
그런데 사람들은 자꾸만 복원전의 그 석불을 못 잊어한다. 새로 복원된 석불에서보다 복원 전 상처투성이 이었던 석불에서 감정이 더 유발하기 때문일 것이다.
아픔, 고통, 슬픔,.... 분노, 원망, 미움....
이런 감정이랄까.
문화재의 복원은 원래의 완벽함으로 되돌리는 것이 아니다. 원래의 진짜 모습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복원은 현재 상태가 더 이상 훼손 되지 않도록 보존조치를 하는 수준이어야 한다. 깨지고 마멸되고 손괴된 문화재의 상처도 시간의 흔적이고 역사이자 이야기가 있는 무형의 영적문화재이기 때문이다.
삼릉계곡에는 정말 멋지고 작품성이 우수한 석불이 있었다. 바로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삼릉계곡석조약사여래좌상’이다. 이 석불은 전혀 상처 나지 않은 온전한 상태로 발견되어 통째로 박물관으로 옮겨졌다.
경주남산에 현존하는 불교유적 중에서 온전한 석불과 석탑은 없다. 한결 같이 모두 파괴되어 방치되어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물론 이런 현상들은 자연 재해의 원인 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이 사람들에 의해 저질러진 만행의 흔적들이니 유감스러운 일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근 여년에 들어 깨지고 무너져 있던 탑과 불상을 많이 복원하고 있는 중이다.
아무래도 탐방 길에서 비를 맞을 것 같다. 이제는 정상 가까이 왔으니 돌아 갈수도 없다. 다음 코스, 탐방객들의 쉼터 상선암으로 향한다. 비록 암자의 형색은 초라하지만 암자는 늘 열려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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