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8.22. 악마의 풀, 칡넝쿨
처서가 지났는데 오늘도 폭염은 계속되고 있다.
여전히 비는 어디로 떠나셨는지 캄캄 무소식이고 대지는 바싹바싹 목이 타들어 가고 있다. 농가의 가뭄은 더욱 심각하여 논바닥이 갈라지고 작렬하는 태양에 밭작물이 누렇게 말라 죽어 가고 있다. 수온 주 영상 36도, 기상 이변도 이런 이변이 있던가.... 그런데 이 와중에도 왕성한 번식력으로 온 들판을 점령해 가고 있는 것이 있으니 바로 칡넝쿨 이다. 칡넝쿨이 뻗어 나가 온 들판은 물론,주택이나 도로변까지 점령하고 있다. 풀이나 야생초들은 손바닥만 한 칡잎에 덥혀 숨이 막혀 죽고, 키 작은 나무들도 칡넝쿨이 둘둘 감아 올라가 목을 옥조이고 있다.
아무리 비명을 질러도 칡넝쿨은 인정사정없다. 그 왕성한 번식력으로 닥치는 대로 온 숲을 덮어 버리고 점령해 버린다.
이쯤 되면 칡은 더 이상 인간에 유익한 식물이라 할 수 없게 됐다. 독성은 없지만 다른 식물들에 막대한 피해을 주는 식물로 분류하여 식물도감을 수정해야 될 듯 하다. 이 같은 칡의 만행(?)을 보다 못한 일부 지자체에서는 칡넝쿨의 번식을 막기 위해 칡과의 전쟁을 선포했다한다. 그러나 전쟁 승자는 칡이다. 칡을 소탕하기 위한 무기(?)가 강한 제초제 등 화학 약품인데 그로 인해 칡넝쿨뿐만 아니라 다른 식물에까지 악영향을 주는 등 또 다른 환경오염을 불러와 더 이상 사용할 없는 무기가 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기껏 해야 낫이나 ‘에초기’같은 걸로 밀어 버리는 수단이 고작이라는데..... 그러나 그 또한 잠시뿐, 칡은 아무리 손과 목이 잘려도 며칠 후면 다시 새 순이 나서 뻗어 나간다.
온 들판을 뒤덮고 있는 칡을 보면 정말 무서운 놈임을 알 수 있다. 아니 무서울 정도가 아니라 이쯤 되면 ‘악마의 풀’이이라고 명명해야 될 듯하다. 인정사정없이 닥치는 대로 풀이든 나무든 휘감아 올라가 골탕을 먹이니 말이다. 이런 칡을 보면 마치 남을 골탕 먹여 자신의 이익을 취하는 사람의 무리가 생각난다. 우리 사회에는 칡넝쿨 같은 인간들이 많다. 그 들은 착하고 선한 사람들을 골탕 먹이며 이익을 취한다. 특히 이런 종류의 칡 인간에는 기업인들, 정치인들, 관리 등 사회 지도층 중에 더 많다.
그런데 왜 근대에 들어서 칡이 번창하는 것일까. 옛날에도 칡은 있었다. 그러나 요즘처럼 생태계에 심각한 피해를 줄 정도로 번창하지는 않았다.
가난했던 근대까지만 해도 칡은 우리의 친근한 먹거리이었기 때문이다. 바로 칡을 약재나 식재로 많이 사용했고, 특히 칡뿌리는 훌륭한 간식거리였었다. 지금 6,70세 할아버지들의 어린 시절..... 칡뿌리를 먹어 보지 않은 사람들이 있을까. 아이들은 칡을 잘근 잘근 껌처럼 씹어 먹었다. 혀와 입술이 새까맣게 되기도 했었다. 그렇게 배 고품을 채웠고 영양을 보충했다. 그때는 칡만큼 좋은 간식거리도 없었다. 아이들뿐만이 아니었다. 어른들은 칡차나 즙으로 주독을 풀었다.
아니 십여 년 전만해도 길거리마다 건강에 좋다는 ‘칡차’를 파는 곳이 많았었다. 봄이 되면 어린 칡 순을 따고, 통통 하게 살이 오른 칡뿌리를 캐서 먹었다. 물론 지금도 많지는 않지만 칡을 식재이나 약재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칡을 먹던 시절, 그러니 지금처럼 칡이 번식할 틈이 없었다. 옛날에는 고마웠던 칡이 현대에 들어서는 왜 이렇게 골치거리 악마의 풀로 변했을까. 산촌 온 들판에 뒤 덮여 있는 칡을 바라보며 생각해 본다.
저들을 미워해야 하나.... 악마의 풀로 생각해야 되나....
오늘도 윙윙윙~ 윙윙윙~ 에초기를 돌린다. 집 주변의 칡을 제거한다. 그러나 금새 칡넝쿨이 에초기 날에 감긴다. 강력한 에초기 톱날도 칡넝쿨에 감기면 꼼짝달싹 멈추고 만다. 아, 이 악마 같은 풀이여~ 어제의 친근했던 칡이 이렇게 악마의 풀로 변해버렸다.
그러나 마냥 칡을 귀찮은 악마의 풀로 여길 것이 아니라 칡을 활용 할 수 있는 방법을 정부차원에서 연구해 보면 어떨까. 칡을 인간들의 유익한 먹을거리로 만들 과학적 변환 같은 거....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개발 할 수 있지 않을까.
칡을 좋은 친구로 만들어 다른 나무나 야생풀들도 보호하고 칡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콘크리트 숲뿐인 삭막한 도심 구석구석에 칡넝쿨을 이용한 다양한 살아 있는 인테리어도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다. 고층 아파트 외벽에 칡넝쿨이 감아 올라간다면 어떨까. 왕성한 번식력의 칡넝쿨을 이용한 도심의 푸르름.... 상상만 해도 신나는 장면이 연출 될 것이다.
●옛 선조들의 칡의 활용도
칡뿌리를 바로 씹어 먹는다. 칡차로 마신다. 칡즙을 내여 복용한다. 칡 술을 담아 먹는다. 칡의 어린 순을 따서 나물을 해 먹거나 쌀과 섞어 밥을 지어 먹는다.
칡뿌리를 걸러내 녹말 갈분을 만들어 녹두가루와 섞어 갈분국수를 만들거나 쌀가루를 섞어 갈분죽을 끓여 먹는다.
칡 갈분을 생강즙과 꿀로 반죽해서 갈분과자나 떡을 빚어 먹는다. 칡의 어린순을 꺾어 말려 몸의 원기를 돋우는 약재로 만든다. 칡 갈근탕은 발한과 해열작용에 뛰어나고 감기 예방은 물론 숙취 해소에 좋다.
칡넝쿨을 이용하여 운치 있는 다양한 생활용품을 만들 수 있다. 칡꽃을 따서 칡 꽃차, 칡꽃샐러드, 칡 떡을 만들어 먹는다.
이 외에도 칡의 식재와 약재로서의 효능은 무궁무진하다고 한다. 먹거리뿐만 아니라 잘만 연구하면 칡을 이용한 도심 안에 최소 비용으로 다양한 살아있는 생생한 인테리어는 물론, 멋진 힐링 숲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미운 것도 다루기 나름이다. 악마도 길들이기 마련이다. 싫다고 마냥 싫어하면 영원히 싫어진다. 잘 다스리면 미움도 사라지고 악마도 천사로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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