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 일기/산촌의 아침

단비~

migiroo 2016. 8. 27. 09:24

>2016.8.27


단비....



8월26일. 오전 - 구름이 가득하다.


기상청 예보에는 남부지방에도 비 소식이 있다고 하던데....
하도 속아 믿기지가 않지만 그래도 잔뜩 기대를 해 봅니다.
매일 구름 한 점 없이 강열한 뙤약볕만 쨍쨍했었는데
오늘 아침 하늘은 온통 잿빛 구름입니다.
바람도 제법 불고 있습니다.
수온 주도 20도로 어제 낮보다 무려 16도나 내려갔습니다.
체감온도는 으스스 쌀쌀하기 까지 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비 내릴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수도꼭지를 틀면 쉐~ 하는 공기 빠지는 소리만 들리고
밤이 되면 쫄쫄쫄 나오던 물마저 낮에는 딱 끊겨 버립니다.
이제 물통에 받아 놓은 물마저 떨어지려는데....
도심에서는 이런 심각한 식수난은 없겠지 하고 생각하니
산촌으로 이사 온 것이 후회스러워 지기기도 합니다.


도심에 살 때는 가뭄의 피해를 직접적으로 느끼지 못했었데....

산촌에 사니 비, 바람, 하늘, 구름 같은 자연현상이 얼마나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이 있는지 절실히 실감하게 됐습니다.


정부에서는 이런 산촌까지 상수도를 놓아 줄리가 없으니

산촌이나 농가 사람들은 하늘만 바라보고 사는 가 봅니다.



8월26일. 오후 - 빗방울이 보이다.


잿빛 하늘을 바라보며 간절한 마음으로 비가 내리기를 기다립니다.
오후 3시 드디어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비록 작은 실비 이지만 목이 타는 대지에게는 사막의 오아시스입니다.
 



 
8월26일. 오후 4시30분 - 작은 비가 오다.


빗줄기가 아주 조금씩 굵어지고 잦아지고 있습니다.

실로 근 두어달 만의 비인듯 합니다.
나뭇잎들이 촉촉해 지고 축 처져있던 풀잎들이 고개를 듭니다.
뿌연 흙먼지가 풀풀 났던 텃밭도 빗물이 조금씩 젖어들고 있고
메말랐던 길바닥도 촉촉이 젖어들고 있습니다.
드디어 비가 오기 시작합니다.






8월26일. 오후 5시30분 - 비가 그치다.


비는 잠시 내리다 이내 그치고 마네요.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겨우 목만 축이고 갈증을 푸는 듯 했는데
야속한 비는 더 이상 인정을 베풀지 않는가 봅니다.
겨우 1~2mm 정도나 될까.
여전히 주방 싱크대 수도꼭지는 벙어리입니다.
내일 모래 다시 비 소식이 있다고 하니 잔뜩 기대를 해봅니다.
오늘 그래도 아주 적은 량이지만 목을 축였으니
하늘에 감사하고 감사할 따름이다.



8월27일 아침 - 다시 해가 나다.





어제 잠깐 비가 왔다고 아침 공기가 제법 쌀쌀한 편입니다.
하늘엔 희색 빛 구름이 가득하고 구름 사이로 간간히
해가 고개를 내밀고 있어 전형적인 초가을 하늘입니다.
그러나 간절한 마음으로 하늘에 기도 합니다.


‘비를 주소서, 비를.....’


태풍 소식도 있는데 멀리 일본 쪽으로 가려나 봅니다.
한반도의 기상이변은 왜 일어난 것일까요.
혹자는 중국의 불안한 대기상태 영향이라고 하는데...
어쩠던 이 모두가 하늘을 경시하는 현대 인간들의 오만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미지로



'※산촌 일기 > 산촌의 아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천고마비, 가을의 실종~  (0) 2016.10.08
음악처럼, 빗소리가 들리나요.  (0) 2016.08.28
악마의 풀, 칡넝쿨  (0) 2016.08.25
목이 탄다.  (0) 2016.08.23
결실의 기쁨~  (0) 2016.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