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4.8
왕릉으로 가는 길~ -신라 35대 왕, 경덕왕릉
신라 35대 왕, 경덕왕(景德王)이 잠들어 있는 경주 내남면부지리 산자락, 야트막한 능선을 따라 올라가면 울창한 소나무 숲속에 왕은 잠들어 있다. 시간은 천년 세월이 흘렀지만 무덤에는 천 년 시간이 멈춰 있다. 경덕왕릉은 신라의 수도 서라벌 왕경지역 주변 평지 무덤이 아닌 수도권에서 한 참 벗어난 경주 외곽지역에 산지 무덤으로 조성됐다.
화사한 연분홍 진달래꽃이 멈춰선 왕릉의 시간을 돌리듯 소나무 밑에 줄지어 자리하고 있다.
키 작은 진달래, 키 큰 소나무 부러워하거나 기죽지 않고, 키 큰 소나무, 키 작은 진달래 깔보지 않고 키 크다 뽐내지 않는다. 상대에 대한 깔봄, 시새움, 자만, 거만, 오만 같은 것들.... 식물들에겐 없다. 다만 사람들에게만 존재할 뿐이다.
왕릉으로 가는 길은 과거로 들어가는 시간 여행이다. 울창한 소나무 숲 사이로 길게 누워 있는 길..... 그 길에는 오로지 과거의 시간만이 존재하는 사유(思惟)의 길이고 해탈(解脫)에 이르는 길이다.
불국사, 석굴암을 창건하고, 황룡사 대종과 성덕대왕신종(에밀레종)을 만들게 하는 등 통일신라시대의 찬란했던 불교 예술품을 남긴 왕, 뿐만 아니라 천문학과 불교를 장려하여 신라문화의 전성시대를 이룬 경덕왕(景德王). 그의 능을 십이지신상(十二支神像)이 굳건히 지키면서 현재와 과거를 연결해 주고 있다. 무덤 둘레에 쥐(자), 소(축), 범(인), 토끼(묘), 용(진), 뱀(사), 말(오), 양(미), 원숭이(신), 닭(유), 개(술), 돼지(해)의 순서로 12지신 상이 양각으로 조각되어 있다.
아주 천천히 허리를 굽혀 12지신 상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무덤을 한 바퀴 돈다. 몇 개의 조각상은 멸실되고 없지만 나머지는 아직도 조각이 살아 있는 듯 선명하다.
신라왕들의 무덤은 그리 크지도 작지도 화려하지도 않다. 무덤의 크기를 보면 무덤을 만들기 위해 수 백 명, 수 천 명의 백성들을 동원 하지 않았음이 짐작된다. 화려한 석조물로 장식한 조선왕들의 능과는 다르게 신라 왕릉은 화려한 석조 조형물도 별로 없다. 기껏해야 무덤의 무너짐을 방지하기 위한 호석과 몇몇 특별한 왕의 경우 12지상 등이 조각되어 있을 뿐이다.
왕의 무덤에 봄 햇살이 하얗게 내려 앉아 있다. 둥글고 유연한 봉분이 주는 느낌은 무덤 특유의 죽음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이 아닌 부드러움과 온유함 그리고 평온함이 느껴진다. 그래서 경주의 왕릉들은 죽은 자의 무덤이 아닌 현재 살고 있는 사람들의 공원이자 산책과 사유, 명상 그리고 정신적 치유의 장소이기도 하다.
과거로의 시간 여행..... 왕릉 가는 길이 그런 길이다. 오랜만에 산문을 나와 능으로 가는 길을 걸었다. 소나무도 서로 사랑하는 가 보다. 한 소나무가 옆의 소나무를 부등켜 안고 있다. '자기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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