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7.15
여름, 어떤 하루~
이른 새벽 눈을 뜬다.
새벽 5시 이지만 날이 훤하게 밝은 7월.....
일어나자마자 주방의 수도꼭지를 틀어 본다.
역시 물이 안 나온다.
걱정과 불안한 가슴을 쓸어안으며 밖으로 나온다.
새벽하늘은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 질 듯 온통 먹구름으로 가득하다.
비가 올 것이라는 기상청의 일기예보대로 정말 오늘은 비가 올까.
오전 9시, 고개를 쳐들어 하늘을 바라본다.
마음속은 간절함에 더하여 애절함으로 기도를 한다.
<하늘님, 제발 비를 주소서!>
기도가 통한 것일까,
뚝뚝뚝, 기적같이 빗방울이 얼굴 위로 떨어진다.
안면 위로 떨어진 빗방울의 그 촉촉함의 감촉.....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기대감이 가슴속으로 파고든다.
그러나 그것은 나의 착각이었을까, 환각이었던가....
오전 10시, 비는 올 듯 말 듯 애간장만 태우고 오지 않는다.
기상청의 비 예보가 오늘도 맞지 않는 것일까.
이미 수도권과 중부지방에는 많은 비가 오고 있다던데.....
12시 정오, 몇 방울씩 비치던 빗방울마저 거두는 무심한 하늘....
산이 불쌍하고 숲이 가련하다.
생기 잃은 텃밭의 채소들이 그야말로 애처롭다.
마당가 야생화들도 시들시들 피기도 전에 꽃망울을 떨어트린다.
여보, 오늘도 비 안 와? 여긴 많이 오는데....
할아버지, 비와 안 와.... 방학 때 계곡에서 물놀이해야 되는데....
아빠, 아직도 물 안 나와, 어케.....
아버지, 거기 오늘도 비 안 와요?
오빠, 아직도 비 안 와요?
서울 사는 아내와 딸 그리고 손주들한테서.....,
수원, 대구 사는 여동생들에게서......
제주도에서 일하고 있는 아들에게서......
날마다 비 안 오냐고 전화가 온다.
오후 2시, 하늘에 구름은 잔뜩 하지만 비는 감감 소식이다.
대기는 후덥지근하고 불쾌지수가 점점 상승한다.
오후 3시, 마을의 이장과 반장이 물 사정을 돌아보기 위해 방문했다.
마을의 심각한 생활용수를 실감하며 긴급히 제한 급수를 해야 되겠다고 했다.
산의 계곡물을 가두어 생활용수로 사용하는 마을의 제한급수 방법이란
저장 탱크의 물을 잠궜다가 어느 정도 물이 고이면 다시 발브를 여는 방식.....
그러나 그런 방식으로선 근본적인 가뭄기간 식수난을 해결 할 수는 없다.
그래도 그렇게라도 해 봐야 될 것이다.
오후 4시, 주방의 수도꼭지를 트니 물이 쫄쫄 나온다.
큰 물통에 물을 받아 주방과 화장실에 비상용으로 배치했으나
목이 타들어가고 있는 텃밭의 채소들에겐 속수무책이다.
오후 5시, 천둥소리가 멀리서 가까이서 들려온다.
잠시 후 후드득 빗방울이 떨어진다.
그리고 굵은 빗소리를 내며 소나기가 쏟아진다.
비다, 이 얼마만의 비인가.
머리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며 두 팔을 벌려 소리친다.
야! 비다, 비......
얼굴에 빗물이 줄줄 흘러 목을 타고 어깨로 내려온다.
그리고 옷이 흠벅 젖는다.
비는 약 20여분 쏟아지더니 그것으로 끝이다.
텃밭으로 달려가 보니 겨우 겉만 물기를 머금었을 뿐이고
마당 잔디밭엔 물 호스로 물을 뿌린 정도다.
아주 적은 수분만으로도 살아 갈 수 있는 다육이들은
비를 흠뻑 맞고 오랜만에 갈증을 푼다.
아주 적은 량이지만 그래도 정말 오랜만의 단비였다.
잠시 눈을 감고 감사의 기도를 했다.
<적은 비지만 그래도 감사합니다.>
오후 8시, 비는 더 이상 내리지 않을 모양.....
밤하늘엔 먹구름이 서서히 걷히고 여기저기
구름사이로 반짝반짝 별들이 보인다.
밤 11시, 잠자리에 들면서 간절한 마음으로
밤사이 또 비가 내려 줄 것을 기도하며 눈을 감는다.
>미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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