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 일기/산촌의 아침

바람 부는 가을 날~

migiroo 2017. 10. 23. 20:36

 

>2017.10.21.


바람 부는 가을 날~





 
청명해야할 가을 하늘이 온통 잿빛입니다. 요즘은 해가 짱하고 뜬 날보다 잔뜩 흐린 날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고추를 말려야 하는데 해가 부족해 건조가 쉽지 않습니다.

오늘은 강한 바람이 가을 들판을 휩쓸고 다닙니다. 일본으로 상륙한 태풍 ‘란’의 영향 인 듯 합니다. 들판의 억새들이 바람에 몸을 맡기고 몸부림을 칠고 있고, 앞산에서는 우렁우렁 산이 우는 소리를 냅니다. 마당에 있는 가벼운 화분들이 강풍에 못 견뎌 내동댕이쳐 됩니다.

핸폰에서는 아침부터 몇 번씩 강풍경보가 울어 되고 있습니다. 진작이 그렇게 할 것이지.....
지난 정부에서는 없었던 현상이었었는데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 같아 늦장 국가재난 시스템에 의문이 드는 것 같기도 하지만 이제라도 작동이 잘 된다니 다행스런 일입니다.





강풍 속에서도 산촌의 가을 단풍은 산 정상에서 산 아래로 서서히 내려오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우리 집 담장에는 마지막 장미가 강풍에 떨어질 듯 애처롭게 피어 있고, 여름 내내 피었던 키 큰 접시 꽃 한 송이가 아직도 피어 있어 쓰러질 듯 강풍에 몸을 맡기고 마지막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목 화분에 심은 돌단풍이 그야말로 단풍답게 붉게 물들어 열정을 불태우고 있고요.... (둥근잎)꿩의비름은 가장 화려하게 강풍 속에서도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노란 가을 국화도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고, 심지도 않은 쑥부쟁이가 화분 가운데 둥지를 틀고 잔뜩 꽃을 매달고 있습니다.

가을국화 쑥부쟁이에 대한 예향 도지현님의 시 한 수을 여기에 옮겨 싣습니다.





활화산 같은 정열을 불태운다.
                   -예향 도지현
바람만 불어도
행여나 하는 마음 설레고
새소리에도 가슴 철렁하는데
기다림 애끊은 마음 애달프다.


쑥부쟁이 활찍 피면
그날이면 오시려나
한 세상 또 한 세상 기다린 새월
그 세월 끝이 없어라.
^^^




이제 이 바람 그치면 산촌에는 가을의 끝에 서 있을 것 같습니다.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서서히 겨울 준비을 해야 되겠습니다.
봄을 기다리며^^^^
 
>미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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