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화로운 궁전을 보고 있노라니
아침 9시40분에 아그라 켄트 역에서 괄리아르 행 열차를 탔다. 원래 8시 15분 발 기차였으나 1시간 30분정도 연착을 하였다. 인도의 기차는 딜레이 되는 것이 다반사라 도착해야 왔는가보다 생각해야 한다. 현지인들은 아무리 열차가 늦게 와도 누구 한사람 신경을 쓰거나 불만을 나타내는 사람이 없다.
타즈마할의 식당에서 한국인 관광객을 만났을 때 우리가 탄 기차가 3시간이나 연착을 했다고 말했더니 자기들이 탄 기차는 무려 9시간이나 연착을 했었다며 3시간을 기다렸다면 많이 기다린 것도 아니라고 한다. 정오가 다 되어서야 괄리아르에 도착했다. 저녁 6시경 다시 "잔시"로 가는 기차를 타야하는 관계로 짐은 역사에 있는 물품 보관소에 모두 맡기고 오토릭샤를 타고 괄리아르 성으로 향했다. 성 근처에는 가게가 없다 하여 한 나절이 걸리는 관광을 위해 미리 시장에서 양배추와 생수 등 간단한 먹을거리를 사서 배낭에 넣었다.
괄리아르 성은 둘레가 무려 3킬로에 달하고 평지에 자리 잡고 있어서 무척이나 웅장해 보였다. 6 개의 궁전과 3개의 힌두 사원, 1개의 시크 사원이 있고 특이하게 성안에 사립학교인 신디아 스쿨이 있었다. 그 중에 만싱팰리스는 괄리아르의 황금기 때 마하라자(왕)였던 만싱이 지은 궁전으로 30년 동안이나 공을 들여 지은 곳이라 한다. 건물 외벽에는 당시의 하려함을 말해주듯 색체도 선명한 타일 장식이 아직도 남아 있었는데 무려 500여년이 흐른 지금도 푸른색이 변치 않고 유지되고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지하2층으로 건축된 이 건물을 보기위해 지하로 내려갔는데 어둠 컴컴한 좁은 미로를 손전등에 의지하여 내려가니 커다란 원형의 넓은 장소가 나타났다. 벽에는 각종 무늬의 조각들이 아름답게 새겨져 있고 천장에는 연꽃 모양의 웅장한 조각이 선명하게 조금의 마모도 없이 남아있었다.
지하실까지 정교하고 섬세하게 꾸며놓은 그들의 솜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후대의 왕인 아우랑제브가 왕위 찬탈에 걸림돌이 되는 형을 이 지하실의 어느 공간에서 살해 했다는 생각이 떠올라 갑자기 으스스한 기분이 들었다.
바로 옆에 위치한 주립 고고학 박물관에는 힌두교와 자인교의 신상들이 전시 되어 있었는데 조각 상 여체들의 몸매가 얼마나 관능적이고 율동적인지 마치 당장 살아 움직일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고고학 박물관에서 나온 우리들은 자이빌라스 궁전 안에 있다는 신디아 박물관으로 향했다. 이 박물관에는 길이가 13미터나 되고 무게가 3톤에 달하는 세상에서 제일 긴 샹들리에가 있다하여 호기심을 자아냈기 때문이다. 기네스북에도 올라있다 하니 어떻게 생겼는지 무척이나 궁금하였다.
몇 백 년을 거처 영화를 누리는 신디아 가문은 영국의 식민지 시절에도 영국에 우호적으로 대해 핍박을 받지 않고 지속적인 부를 유지하였다는 마하라자(왕)의 한 후예들이다. 인도 고유의 유물은 거의 없고 영국과 유럽, 중국을 여행하면서 수집한 고가의 외제품들이 셀 수도 없이 전시되어 있었다.
기네스북에 올라 있다는 샹들리에는 시커먼 먼지를 뒤집어쓰고 초라한 형색으로 엄청난 무게로 겨우 매달려있는 모습을 보자 너무나 실망스러웠다. 이런 한심한 것들을 보려고 비싼 입장료를 내고 들어 왔는가 싶어 후회가 막심했다.
“이런 양심도 없는 사람들아 정신상태가 이 모양이니 너희 나라가 괄리아르 관광을 마치고 일행들과 만나기로 한 역전으로 돌아오니 아직 시간이 남았다. 기차역 뒤의 인디안 커피 하우스에서 도사(쌀가루 반죽을 기름에 구운 것)와 홍차를 마시면서 그 동안 밀린 여행 기록을 정리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기차의 연착으로 밤 11시가 넘어서야 "잔시"역에 내렸다. 한밤중에 다시 "오차"로 가는 버스를 타고 숙소에 도착하니 시간은 그 다음날로 훌쩍 넘어 버렸다.
새벽 2시가 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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