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수술 받는 삼릉골 석불좌장
*경주남산 삼릉골석조여래좌상(보물,제666호)
오늘도 발길을 경주 남산으로 향한다. 겨울 하늘이 조금은 침침하다. 구름도 끼고... 체감 온도가 영하 속으로 떨어지고 간간히 바람도 불어 소나무 사이를 헤집고 다닌다.
걸핏하면 경주 남산을 헤매며 문화유적들을 찾아다니는 버릇이 벌써 몇 해째 이던가...? 그러나 아직도 찾아보지 못한 문화재가 너무도 많다. 아마도 남은 내 생애 동안에 다 찾지 못할지도 모른다.
경주남산에 현존하는 불교유적 석불(石佛)중 온전히 남아 있는 것이 몇 기나 될까? 거의 다 머리(佛頭)가 잘려나가거나 손발이 떨어져 나간 상태이고 불상의 대좌(臺座)나 광배(光背)마저도 파괴되어 없어 졌거나 주변에 나뒹굴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어디 석불뿐이던가, 석탑의 운명도 마찬가지이다. 무너지고 쓰러져 방치된 탑이 무지기 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근년 들어 수 백 년 동안 무너져 있던 탑을 복원하여 다시 세운 것이 여럿이나 된다. 그런데 석탑에 비하여 석불의 복원은 아직도 묘연한 실정이다. 없어진 머리나 목, 깨어져 없어진 손이나 팔... 그리고 조각나 여기 저기 나뒹굴고 있는 좌대나 광배들이 제대로 한 곳에 남아 있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끔직한 현상들은 모두 자연적인 재해가 아니고 인간들에 의해 저질러진 만행(蠻行)의 흔적들이다. 그런데 오직 한 곳 석불의 머리가 온전히 붙어 있는 곳이 있으니 바로 보물 제666호로 지정된 “삼릉골석조여래좌상“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불두가 잘리어 인근에 떨어져 있던 것을 용케 수습하여 붙여 놓은 것이다.(일제강점기 때) 그리고 불두의 턱 부분이 깨어져 심하게 손상 된 것을 누군가에 의해 시멘트로 복원해 놨는데 석불의 얼굴 모습을 가장 못생긴 추남(醜男)의 모습으로 만들고 말았다.
사람들은 이 석불 앞에서 수근 거린다. 너무나 못 생겼다고.... 그래서 종이나 수건으로 턱 부분을 가리고 부처님의 얼굴을 보곤 한다. 부처님이 잘생기고, 못 생기고가 무슨 상관이 있는가. 세상은 잘 생긴 사람도 있고, 못 생긴 사람도 있듯이... 부처도 그러하다고 생각하면 되는데....
그래서 그런지 드디어 이 부처님 성형수술(?)을 받고 있다. 석불을 몽땅 들어내 싣고 가서 지금 한창 본래의 모습대로 복원 작업 중이라는데....(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그 본래의 모습을 아무도 알지 못하니 어찌 본래의 모습을 되찾을 수가 있겠는가? 아무튼 그 못생긴(?) 얼굴을 다시 근엄한 부처님 얼굴로 성형한다하니 얼마나 멋진 모습으로 변할까 기대가 되면서도 한편 그 못 생긴 얼굴 모습을 다시 볼 수 없다 생각하니 그 모습이 그립기도 하다.
그 후 2009년8월29일 이 석불은 성형(복원)수술을 받아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나타났다. 못생긴 그 모습은 이제 영원히 볼 수 없게 됐다.
복원을 너무 완벽하게 하여 차라리 원래의 모습이 상실된 듯 하다. 옛 모습을 복원 한 것이 아니라 아예 새로 만든 것처럼 변해 버렸다. 가장 못생긴 모습에서 가장 젊고 잘생긴 모습으로 변했다.
수 많은 관계 전문가들이 복원한 것인데.... 어찌 나같은 범인이 복원이 잘 못됐느니 하고 시비를 하겠는가. 그러나 어쩐지 가슴 한켠이 씁쓸해 지는 것은 숨길 수 없다.
>글:未知路(2008.2.17)
●삼릉골 석조여래좌상(冷谷 石佛坐像)에 대한 정보
-보물 제666호
냉골 석조여래좌상(冷谷 石佛坐像) 보물 제666호 불상 높이 142cm, 대좌높이 96.7cm. 순백화강암으로 조성된 여래상이 화려한 연화대석 위에 앉아 있다. 연화대좌는 하대석이 없어 땅에 있는 지대석(地臺石) 위에 직접 놓은 중대 석(中臺石) 위에 얹혀 있다. 8각 중대석에는 면마다 안상(眼象)을 새겼다. 안상이란 귀인들이 앉는 평상(平床)을 말하는 것인데 중대석 위는 절대로 존엄 한 세계라는 뜻이다.
연화대좌 위의 여래상은 항마촉지인상(降魔觸地印相)을 하고 있다. 단정하게 솟 은 육계와 나발(螺髮) 그리고 아래 세계를 내려다보는 눈을 통해 지금은 없어진 꼭 다문 입술과 살결이 풍만한 턱이며 부드럽고 자비로운 얼굴의 표정은 상상하 기 어렵지 않다.
목에는 부드럽게 삼도(三道)가 새겨져 있고 편견우단(偏袒右肩)으로 입은 가사 는 얇다. 옷 주름은 가늘고 몸체는 풍만하다. 뒤에 세웠던 광배(光背)는 특히 아름답다. 원형에 가까운 신광(身光)과 보주형(寶珠形) 두광(頭光)으로 된 넓고 큰 광배였다. 신광에는 어깨의 선을 강조하여 두 줄기의 넝쿨을 새기고 한쪽에 네 잎씩 새긴 넓은 나뭇잎들이 안쪽으로 나부끼는 활기찬 도안으로 되어 있고 두광에는 백호를 중심으로 원을 돌리고 그 둘레에 보주형 꽃잎을 배치하여 칠보 (七寶) 연꽃을 피워 놓았다. 그 둘레에 다시 둥근 원을 그려 해무리를 나타내었는데 신광은 약동하는 나뭇잎 으로 되었고 두광은 고요한 꽃송이를 나타내었다. 번뇌로 번잡한 세상에서 고요 한 안정을 찾는 여래의 마음을 나타낸 것이라 하겠다.
광배의 가장자리에는 타오르는 불길(火焰)을 새겼는데 불꽃들이 춤추는 듯 약동 하는 모습이다. 이렇게 화려하고 생기 넘치는 불상은 남산뿐만 아니라 신라 불 상에서도 예가 드문 걸작이다. 1960년까지도 윗 부분이 조금 상한 채로 불상 뒤 에 서 있었다. 이 불상은 어느 방향에서 보나 아름답다. 곁에 있는 바위들이며, 계곡의 여울 등에 잘 조화되도록 배치되어 있기 때문이다.(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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