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수도암(修道庵) 일송은 푸르고...
수도암 가는 길은 짧다.
암자 앞 양지 바른 곳에서 도시락을 먹고 산문으로 향한다.
차들이 위험스럽게 달리는 큰 길을 벗어나 오른편으로 꺾어진
작은 길로 접어들면 바로 길 끝에 수도암이다.
암자로 드는 문은 없지만 암자 가는 길목에 멋진 소나무 한 구루가
길 쪽으로 휘어져 마치 암자의 대문 역할을 하고 있다.
소나무 일주문을 지나니 암자 대문이 보인다.
대문은 문이 아니라 얼기설기 역어 만든 녹슨 철재 대문이다.
문은 열어 놓고는 다시는 닫지 않은 듯 열린 체 고정되어있다.
그리고 그 대문 안에 정말 초라하기 그지없는 암자건물이
겨울을 뒤집어쓰고 앉아 있다.
조금 전에 다녀온 사명암과는 너무도 대조적으로 초라한 암자.
수도암은 정말 가난한 농가처럼 텃밭을 끼고 앉아 있었다.
알고 보니 통도사 산내 암자 19개 중에 가장 작은 암자이라 한다.
가장 작고 가난한(?) 암자 수도암....
바로 가장 암자다운 암자. 오직 수도(修道)을 위한 암자...
궁색하고 초라함에서 오히려 통도사 산내 암자 중 가장
정신적으로 풍족한 암자가 아닌가 생각든다.
이 암자엔 중선 스님이 계신다 했다.
인자하고, 정이 많으시고, 편안한 그런 스님이시란다.
암자의 건물은 법당과 요사체 그리고 산신각 한 체가 전부로
단출하기 그지없다.
마당 한 구석엔 필경 스님이 직접 쌓은 것 같은 장작더미 앉아있고,
암자 주변엔 텃밭이 조용히 겨울잠에 들어 있다.
그런데 법당 외벽을 유심히 들여다보니 마치 그림 전시를 한 듯
온통 그림들로 꽉 차 있다.
달마대사가 좌선 중인 듯한 그림을 비롯하여 그림은 모두 꽃 그림들이다.
아무래도 꽃과 암자가 무슨 연관이 있은 듯싶은데 알 길이 없다.
스님께 여쭤 보려 했지만 스님은 출타 하셨는지 인기척이 없으시다.
안 계시는 것인지, 계셔도 소란한 불청객들에겐 관심이 없으신 것인지
기척이 없으시다.
수도암에 가장 눈길을 잡는 것이 있으니 바로 두 소나무이다.
암자 뒤편에 서 있는 수령이 백년은 족히 넘을 듯한 소나무다.
소나무의 아름다운 곡선과 귀갑무늬의 목피가 너무나 멋지다.
마치 방금 용이 된 암, 수 한 쌍이 용트림하면서 하늘로 승천하는 모습이다.
아마도 통도사 산내에서 가장 크고 멋진 소나무가 아닌가 싶다.
암자를 지키는 수호신 금강역사 같기도 하고, 노부부 소나무 같기도 하다.
소나무 언덕에서 산 아래를 바라보니 아니 이게 어찌 된 일인가?
바로 코앞에 통도사 본찰 전경이 한 눈에 다 들어오지 않는가.
시간은 오후 1시 반. 오늘 암자 순례를 시작한지 벌써 3시간이 됐고
걸음도 꽤 많이 걸은 듯한데 이제 겨우 통도사 겨드랑쯤에서 맴돌고 있엇다니...
“부처님 손바닥” 이라는 말이 실감 나지 않을 수 없다.
그러고 보니 오늘 8곳의 산내 암자 위치는 영락없는 부처님 손바닥이다.
그림으로 그려 보니 부처님 손바닥임이 더욱 실감난다.
부처님 손바닥
수도암을 나온다.
걸음을 빨리 하라고 일행들을 재촉 발걸음을 서두른다.
서두르지 않으면 오늘 순례하기로 한 암자를 다 돌지 못하고
하루 해가 질 것이기 때문이다.
다음 장에 계속
>未知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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