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단상/전국문화재 斷想

5.안양암은 은둔자처럼 숨어 있고~

migiroo 2010. 2. 2. 20:47

 

5.안양암은 은둔자처럼 숨어 있고~

 

 

 

수도암에서 다시 큰 길로 나와 오른편으로 꺾어진 길로 접어든다.
조금 들어가니 좁은 자갈길이 나온다.
바로 안양암으로 향하는 길이다.
안양암은 일명 통도사 8경의 한 곳인 안양동대라는 곳에 위치해 있다.
그 안양동대에서 바라다보니 병풍 같은 영축산 능선과 정상이 아득히
바라다 보인다.
 

 

동대 바위를 지나 경내로 들어서니 움푹 들어간 작은 분지에 암자의 전각
지붕들이 겨울 햇살을 받고 은둔자처럼 숨어 있다.

 

 

 

안양암은 꽤 소문이 나 있는 암자라는데 우리 일행들은 처음 방문이다.
암자가 처음 세워진 시기는 확실히 알 수 없으나 대략 고려 충렬왕 21년(1295)에
찬인대사가 중건하였고 조선 고종 2년(1865)에 보수 되었다고 전한다.

 

 


안양암에서 볼 만한 건물은 바로 북극전(北極殿)이다.
솔직히 많은 사찰을 다녀 봤지만 북극전이라는 이름의 전각은 처음들어 본다.
물론 동일 개념의 칠성전이라는 이름은 잘 알고 있지만 북극전이라는 이름은
처음 대하는 이름이다.

 

 

 

북극전이 어떤 전각인지 우선 안내판의 내용을 요약해 옮겨본다.


북극전은 흔히 칠성전이라고도 한다. 사람의 장수를 도와주는 북두칠성을
봉안하는 불전이라는데 서 비롯되었다. 도교신앙과 관계있는 칠성은 인간의
길흉화복을 관장하며 이 신앙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수명신(壽命神)으로
불교화 되었다.

 

 

 

사찰에 가면 흔히 삼성각을 볼 수 있다. 삼성각은 칠성(七星),
산신(山神), 독성(獨聖) 등 세 성인을 봉안하는 전각을 일컫는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 세 성인을 따로 봉안하여 칠성각, 산신각, 독성각
등으로 독립된 건물에 모시기도 한다. 도교신앙이 불교화 된 것이 칠성신앙,
토속신앙이 불교와 결합한 산신신앙, 천태산에서 도를 닦아 홀로 깨달음의
경지에 이른 나반존자를 독성이라 한다.


안양암의 북극전 건물은 그 특이 성 때문에 경남도 유형문화재 247호로
지정되었다. 정면3칸, 측면2칸이지만 기둥 간격이 아주 촙촙하여 건물이
기품이 있어 보이고 빛바랜 단청에서 오랜 세월의 흔적을 읽을 수 있다.


수도암과 같이 안양암 동대에서도 통도사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지만
안타깝게도 너무 많은 나뭇가지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다.
역시 안양암에 와서도 부처님 손바닥을 실감케 한다.
통도사 산문이 아무리 넓다 해도 모두 부처님 손바닥 안에
다 들어 있기 때문이다.
 

 


법당 외벽에 재미있는 그림이 눈길을 잡는다.
코믹하고 해학적 감정이 물씬 풍기는 그림이다.
설명이 없어도 그림만 보고도 한 눈에 그 내용을 읽을 수 있다.


특히 원효대가가 해골바가지를 들고 얼씨구절씨구 춤을 추면서
돌아가는데 의상은 원효가 딱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원효와는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는 모습이 너무 재미있다.


뿌연 운무(雲霧)가 낀 산 너머 붉은 태양은 떠오르는 일출 장면 같은데
의상이 가는 쪽이 중국(당) 방향이니 그림이 잘 못된 듯 하다.
일출은 원효가 가는 방향(한국)에서 일어나는 게 바르기 때문이다.


오후 1시 50분 경. 안양암을 나온다.
이제부터는 한 참을 걸어야 한다.
극락암, 비로암으로 가야 하기 때문이다.


●길에서 만난 부처님


안양암에서 큰 길로 나와 새로 생긴 저수지 사이 길 가에 큰 바위 하나가
눈에 띈다. 습관처럼 바위 면을 살펴본다. 
혹시 바위 면에 마애불이나 무슨 글자가 있지 않을까 생각 들기 때문이다.
큰 바위만 보면 살펴보는 오랜 답사 활동에 생긴 버릇이다.
그런데 호기심으로 바위 면을 살펴보니 분명한 부처님 얼굴형상이 눈에 띈다.


“야, 여기 부처님 얼굴이 보인다.”
“어디야, 어디~???”


일행들이 우루루 몰려와 바위 면을 살펴본다.
마애불이 아니라 바위 면에 결이 생겨 자연적으로 생긴 얼굴 형상이다.
그런데 그 형상이 마치 부처님 얼굴 모습과 닮았다.
경주남산 오산골마애불과 거의 흡사한 형상이다.

 

 

 

뭉텅한 코에 꽉다문 입, 그리고 지그시 감은 눈...
영판 경주남산 오산골 마애불과 이미지가 똑 같다.
일행 중에 어떤 분이 자기는 안 보인다고 하기에


“부처는 부처를 볼 수 있고, 돼지는 돼지만 볼 수 있다.”


라고 말하자 모두가 박장대소를 한다.

 

다음 장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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