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터/일상에서의 想念

微物

migiroo 2010. 8. 22. 23:24

 

●2010.8.20(금) -글, 미지로

 

微物


턱을 고이고 화장실 변기에 앉아있다.
그런데 타일 바닥에 무엇이 움직이고 있는 것이 포착됐다.
그야말로 볼펜으로 점 하나를 쿡 찍은 듯한 작은 크기,
그 물체가 움직이고 있으니 생명체임이 분명했다.

 


그 놈은 열심히 앞으로 기어가고 있다.
아니 기는 것이 아니라
아마도 제 깐에는 뛰어 가고 있는 것인 지도 모른다.
개미, 모기, 파리 같은 것은 아파트에 자주 출몰하지만,
분명 이들이 아닌 다른 종의 생명체가 출몰했다는 것은
외계인을 발견한 것처럼 그냥 지나칠 일이 아니다.


사람이 봤을 때 그놈이야 점하나 정도의 미물일 테지만....
그 놈 입장에서 보면 자신도 온전한 생명체이니
자신이 미물인 것이 아니라 사람이 미물이라고 여길지도 모른다.
거대한 공용이 아직 존재해 있다면 그 아래 서 있는 사람은
아주 하찮은 미물로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어? 이놈 봐라.”
“어디서 왔지...?”
“야! 너 어디서 온 놈이냐?”


어쩌다 방바닥에 나타난 개미 한 마리 잡듯이 무심코 죽여 버릴까,
손을 내밀다 섬듯 멈춘다.
저놈이 나에게 아무런 해를 주지 않았으니 죽일 필요까지야
있겠나 싶어 그 놈을 살려 주기로 했다.
생사는 늘 이렇게 한 찰나에 갈리니 언젠가는
나도 그 찰라 속에 내 자신의 생사가 갈릴 것이다.


잠시, 아주 잠시 그 놈으로부터 눈을 땠는데 그 놈이 보이지 않는다.
분명히 몇 초전까지만 해도 여기에서 꼬물꼬물 기어 다녔는데
몇 초 동안 한눈을 판 사이에 감쪽같이 사라졌다. 
어디로 사라졌을까?
제 놈이 아무리 멀리 갔더라도 단 몇 센티미터 정도 이동 했을 것이
분명한데 아무리 찾아도 없다.
날아 간 것일까?
그렇다면 고놈한테 날개가 있었단 말이 아닌가?
사람인 내게도 없는 날개가 그 놈한테 있었다니....
까만 점 하나만한 미물이라고 했지만 분명히 사람보다
나은 점이 있었다니 충격적이 아닐 수 없다.


그러고 보니 나 혼자 사는 아파트에 나만이 사는 것이 아닌 듯하다.
우선 확인 된 생명체만도 여러 종류이다.
어항 속의 물고기는 물론이고, 가끔씩 불개미도 보이고,
불청객 같은 파리도 날아와 방안을 빙빙 돌고 나간다.
밤만 되면 어디에 숨어 있었는데 모기란 놈도 날아와 흡혈귀처럼
내 정강이에 주둥이를 꼽고 피를 빨아먹는다.
그리고 베란다 화분 속에 지렁이도 가끔 눈에 띠이고,
수조 속에도 이름 모를 생명체들이 살고 있다.
그러니 나 혼자 살고 있다고 외로워 할 것이 없는 듯 하다.


매달에 한 번씩 실시하는 아파트 소독 날이 되면 하얀 가운을 입은 아주머니 부대가

어께에 소독약통을 매고 방안 구석구석에 지독한 살충제를 뿌린다.
소독약 냄새가 너무 지독하여 방안을 밀폐시키고 3시간 정도 아파트에서 쫓겨나야 한다.
그런 상태에서도 살아남는 생명체들이니 그 끈질긴 생명력에 경외심마저 든다.


이러고도 인간이 오직 가장 잘난 영장이라고 스스로 뽐 낼 수 있는가?


미물이란 너무 작고 하찮은 생명체를 말한다.
그러나 그 미물이 영성을 가지고 있는지 없는지는 우리는 모른다.
아무튼 생명은 모두 위대한 것이며 소중히 존중되어야 하고
함부로 죽여서는 안 된다는

불타(佛陀)의

가르침에 공감한다.

 


>未知路(미지로 가는 길 이라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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