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터/일상에서의 想念

migiroo 2010. 8. 26. 12:58

 

●2010.8.26(목) -글, 미지로



滯-막히다. 엉키다.

 

 


어제 저녁 모임이 끝난 후 동료들이 술, 한 잔 하자고 하여
회 무침에 돼지고기 수육을 안주로 시켜 막걸리 잔을 돌렸다.
시장기가 발동하여 안주를 씹는 둥 마는 둥 목에 넘기고,
오랜만에 막걸리 사발을 연거푸 들이켰다.


술은 엊그제 밤에도 마셨다.
혼자 마신 독주(獨酒)였다.
맥주와 소주를 섞어 마신 심한 숙취가 아침까지 이어 졌는데
하루 건너 또 막걸리를 마셔 됐으니 온전할 리가 없었다.
결국 그만 사단이 나고 말았다.


웃고 떠들며 먹고 마실 때는 좋았는데....
집에 돌아오는 도중부터 뱃속에서 난리가 났다.
쥐어짜는 듯 아프다가 꾸르륵 꽝꽝, 부글부글 격렬한 요동을 쳐 됐다.
한 바탕 뱃속이 난리를 칠 때면 눈물까지 나고 정신을 못 차리게 했다.


이미 시간은 약방도 문을 닫은 시간....
배 좀 아프다고 야간병원 응급실에 갈 수도 없는 노릇....
배를 움켜잡고 이를 악물고 집까지 와서 오래전에 먹다 남은
시효 지난 묵은 약 몇 알을 찾아 입 속에 털어 넣었다.
그러나 약효는 전혀 없었다.
오직 시간이 약이라 여기고 끙끙대며 고통과 싸웠다.


뭣을 잘 못 먹었는지...
음식이 상했는지, 왜 그런지 알 수가 없었다.
함께 먹은 동료들은 아무 일 없는데 왜 나만 그랬을까?
횟수는 줄어들었지만 뱃속은 밤새 고문에 시달렸다.


뜬 눈으로 밤을 새고 조금은 고통이 잦아 든 지금...
그 아픔의 원인을 곰곰이 생각해 보고 있다.
왜 그랬을까?
원인은 바로 “겸손하지 못했음“ 이다.
음식을 허겁지겁 먹은 무지함, 연일 과음한 오만함,
감사하는 마음으로 공손히 음식을 대하지 못한 죄,
천천히 꼭꼭 씹어 잘 다스려 먹지 아니하고
당장 배고픔만 달래려고 허겁지겁 퍼 먹은 죄 값이었다.
獨酒 가 毒酒가 되어 돌아 온 것이다.


음식 앞에 겸손하고,
음식에 감사 할 줄 알고,
과식, 과음 하지 말고,
잘 다스려 곱게 씹어 먹는 것이 음식에 대한 예의일 것이다.


음식 배불리 먹을 때 끼니를 굶는 가난한 이웃을 생각하고,
농부의 땀과 노동을 생각하고,
음식을 만든 이의 정성을 고맙게 생각하는 마음....
그래야 배가 아프지 않을 것이다.


꼬르륵~
또 뱃속을 쥐어짠다.


할 수 없이 병원에 가니 장염이란다.

뱃속의 장기도 이젠 다 된 모양이다.

나도 다 되고....

 

AE, 제기랄....

 

 
>미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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