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단상/경주南山 斷想

●안개와 전설이 얽힌 경주 남산 열반골

migiroo 2010. 8. 29. 22:15

 

 

 ■경주 남산 열반골로 가는 길~

 


1.안개와 전설이 얽힌 경주 남산 열반골

 

 


하늘이 온통 잿빛이다.
밤새 비가 오락가락하더니 아침이 되자 안개비가 자욱하다. 이런 날 남산 답사는 절호의 찬스이다.

맑고 해가 있는 좋은 날은 많지만 안개비에 젖은 남산을 만나기는 좀처럼 어렵기 때문이다. 
뿌연 안개가 서린 남산의 소나무 숲 상상만 해도 환상적이다.

또한 지리산, 설악산에서나 볼 수 있는 하얀 운해가 덮인 남산의 고위봉, 금오봉 능선을 볼 수

있다면 더욱 환상적일 것이다.
빗물에 촉촉이 젖어 안개 속에 서 있는 석탑이나 선각으로 스며든 빗물로 인해 선명하게 드러난

마애불의 모습을 만난다는 것은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모습들을 오늘 볼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감이 가슴을 설레게 한다.


서남산 용장마을을 지나 열반골로 향한다.
뿌연 실비가 내린다. 비닐 우의를 입고 열반골로 접어든다.
이런 날 혼자 오르는 남산은 왠지 쓸쓸하고 고독해 진다.
열반이라, 왜 골짜기 이름이 열반골일까?
죽음(死), 멸(滅), 사라짐, 꺼짐, 없어짐...
무(無), 공(空), 무상(無常)...
열반(涅槃)하면 떠오르는 단어들이다.
도(道)를 이루어 모든 번뇌와 고통이 끊어진 깨침의 경지,
열반은 범어로 nirvana의 음역이다.
불생불사(不生不死), 나지도 죽지도 않는 열반의 세계...
그 세계는 정말 어떤 세계일까?
열반골에는 인위적인 문화유적지가 별로 없다.
근세에 지은 작은 암자(관음암,천우사) 두 곳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괴기한 형상의 바위들이 여기저기 보일 뿐이다.
그러나 열반골에 얽힌 전설을 생각하면 비록 인위적인 유적이 없다 해도
불교적 색체가 물씬 풍겨오는 골짜기임을 알 수 있다.

전설은 고개 넘어 열반재에서 절정을 이룬다. 열반이라는 깊은 의미의 열반골에 왜 인위적인 불적(佛跡)이 없을까?  다른 곳보다는 더 많아야 할 텐데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열반이란 말을 다시 음미해 본다. 열반은 도(道)를 닦아 속세의 모든 욕심과 번뇌를 떠나 고요한 부처의 세계라는 말이다.

 

열반골이란 부처의 세계로 들어가는 골짜기라는 뜻이다.
인간의 손길이 범접할 수 없는 곳이다.
그래서 그런지 열반골에는 온갖 형상의 동물을 닮은 바위가 즐비하다.
갱의암(更衣岩,옷을 갈아입는 곳), 묘암(猫岩,고양이), 개바위, 여우바위,
돼지바위, 곰바위,

사자바위, 뱀바위, 도께비바위, 거북바위, 이무기바위...등등 이루 헤아릴 수도 없다.

왜 이 골짜기에 유독 동물 형상을 닮은 바위들이 많은 것일까?
이 화두(話頭)에 대한 해답은 바로 전설 속에 있다.
그럼 열반골에 얽혀 내려오는 전설 속으로 들어가 보자.

 

●열반골의 전설


옛날 신라에 한 대신이 사랑하는 외동딸이 있었다. 딸은 어려서부터 마음씨도 곱고 예뻐 여러 사람들로부터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자랐다. 어느덧 딸이 성장하여 꽃다운 나이를 맞이하니 그 아름다움은 더할 나위도 없었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그 처녀에게 사랑을 호소하고 권력과 금력으로 그녀를 유혹하였다.


그녀는 자신의 아름다운 미모가 오히려 자신의 인생을 망치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모든 욕망을 버리고 오로지 불교 공부에 열중했다. 그리고는 마침내 그녀는 시끄러운 속세를 떠나서 부처님께 귀의하기로 마음먹고 집을 나섰다.


그녀는 속세의 모은 인연에 억매임 없는 자유의 세계 부처의 나라를 찾아 길을 떠났다. 그렇게 하여 그녀가 찾아 간 곳은 남산의 열반골 이었다. 그녀는 한 커다란 바위(갱의암)에서 입고 왔던 아름다운 비단 옷을 벗어버리고 잿빛의 먹물 옷으로 갈아입었다. 남루한 옷으로 갈아입었지만 그녀의 용모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몸에서는 아름다운 향기마저 났다. 


그녀가 산 속으로 접어드니 이번에는 처녀의 향내를 맡은 뭇 짐승들이 길을 막고 으르렁거렸다. 그래도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옷갓 짐승들을 피해 더욱 깊은 산속으로 들어갔다. 그녀의 손에는 염주가 들려있었다. 그녀는 연신 염주를 굴리며 나무관세음보살을 뇌 아렸다. 오로지 부처의 세계를 동경하여 정진하는 길 만이 무서운 맹수들을 물릴 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피나는 정진에 맹수들도 감복했는지 급기야 맹수들이 그녀의 앞길을 열어 주기 시작했다.


드디어 그녀는 맹수들의 계곡을 벗어나 불국으로 통하는  산등성이에 오르게 되었다. 바로 열반재이다. 그곳에서 그녀는 지팡이를 짚고 오는 할머니 한 분을 만났다. 그리고 할머니의 안내로 열반재를 넘어 천룡사에 이르게 되니 수리산 아래 펼쳐진 열반의 세계가 그녀를 맞이했다. 그녀는 마침내 모든 번뇌를 씻어내고 열반의 세계에 들어 보살이 되었다. *(이 이야기는 여기저기 답사하면서 전해들은 전설을 필자가 각색한 것이다.)


열반골 입구 쪽에서 조금 들어가면 개울 동쪽 기슭에 커다란 평평한 바위가 있다. 바로 전설 속의 낭자가 속세의 화려한 옷을 벗고 남루한 옷으로 갈아입었다는 갱의암(更衣岩)이다.


그리고 열반골로 더 깊숙이 들어가면 고양이를 닮은 묘암(猫岩)이 나타나고, 코를 내밀고 있는 형상의 개바위가 나타난다. 조금 가면 여우바위, 산돼지바위에 이어 작은곰바위, 뱀바위, 도께비바위 같은 것들이 차례로 나타난다.


그리고 골짜기로 조금 더 깊이 들어가면 거대한 바위가 있는데 이 바위는 옆에서 보면 사자로 보이고 또 다른 쪽에서 보면 거대한 곰이 앞발을 들고 서 있는 형국이니 바로 열반골에서 가장 커다란 큰곰바위이다.
이 바위 아래 지금의 작은 암자 관음암(觀音庵)가 자리하고 있다.

 

 
>전설속의 열반골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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