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열반골의 가난한 암자 관음사
관음사는 신라시대 절터에 근세에 지은 초라한 암자이이다. 이 관음사 주변에서 신라시대 와편들이 별견되기 때문에 옛 절터임을 알게 되었다.
관음사는 용장골의 제2절터이다. 관음사의 뒷산에는 온통 암봉으로 이루어진 산이다. 바위들은 맹호암(猛虎岩), 들소바위, 이무기바위, 독수리바위 등 동물 이름이 수두룩하다. 열반과 전설이 서려있는 암자치고는 너무나 초라하다. 그러나 가난한 암자라고 해서 거기에 기거하고 계시는 스님들마저 초라하고 가난한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는 산이나 답사 다닐 때 절에 가게 되면 법당의 복전함에 돈 넣기를(시주)에 너무나 인색하다. 불자이던 불자가 아니던 약간의 시주는 예의이고 겸양의 행위이다. 그래야만 자기 자신도 낮출 수 있고, 나눔의 미덕도 배울 수 있고, 또한 암자나 절에서도 살림을 꾸려 갈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나눔의 행위는 비단 절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고 성당이나 교회에 나갈 때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암자에 와서 산사의 고적함은 즐기면서 불단에 인사조차 하지 않는 것은 무례한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 가난한 관음사에 와서 이러한 나 자신을 돌아본다. 열반골에는 관음사 말고도 천우사라는 암자도 있다. 천우사 역사 가난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불국사나 통도사 같은 으리으리한 거찰보다는 이러한 가난한 암자가 더 좋은 것은 왜 일까.
관음사 경내에는 비로소 인위적인 문화재의 흔적을 몇 점 찾을 수 있는데 바로 석탑재 몇 개가 눈에 띄기 때문이다.
석탑재는 출처가 불분명한 석탑의 옥개서 하나와 3개의 작은 옥개석이 나란히 포개 있는데 이 옥개석은 용장계곡 은적골의 은적암터에서 지개로 옮겨온 것이라고 전해 온다. 지금 은적암터에 남아 있는 탑재로 봐서 틀림없이 은적암터에서 가져온 것임을 알 수 있다.
숨이 차서 급경사인 열반재에 오르니 뿌연 안개가 소나무를 가리고 있다. 시야는 불과 4~5미터밖에 안 된다. 그야말로 오리무중의 열반의 세계로 넘어가는 고개 길이다. 나도 이대로 열반에 들고 싶어진다.
그래도 차마 속세의 미련을 떨치지 못해 열반의 세계 천룡사를 목전에 두고 고위산 능선으로 발길 돌린다. 열반의 세계로 들기 위해서는 좀 더 고행이 필요하기 때문이리라.
>열반골 관음사에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