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思索의 窓門/태화강 이야기~

천 년의 시간 속으로...

migiroo 2010. 10. 19. 22:59

 

천 년의 시간 속으로...

 


울산 혁신도시 건설 유적지


 

오늘은 타임머신을 타고 1,500년 전 시공간 속으로 들어간다.
3-7세기 전 청동기시대 와 삼국시대 사람들과 만나기 위해서다.


울산광역시 중구 약사동 구릉지 일원....
이 땅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야트막한 야산으로 늘 푸른 숲이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위에 혁신도시를 건설한다 하면서 야산을 깔아뭉개
대대적으로 부지를 조성하고 있는 중이다.

 


오늘도 수 백 대의 포클레인과 중장비들이 벌떼처럼 달라붙어 흙먼지를 일으키며 울창했던 숲을 갈아 버리고

누런 황토를 쉴 사이 없이 실어 나르고 있다.

 


인간들이 가늠하기조차 힘든 억만년의 시간들이 흙속에 잠들어 있다 깨어난다.
잠시 포클레인의 굉음이 멈추고, 발굴조사원들이 황토를 발라내기 시작한다. 
드디어 청동기시대 유구(遺構)와 고대 삼국시대 때의 주거지와 묘지들이 속속 지상에 노출되기 시작한다.


무덤 속 주인이 누구 인지 그 흔적조차 보이지 않고,
크고 작은 토기들과 철재 칼이 천년의 잠에서 깨어나듯
가을 햇살을 받아 기지개를 편다.

 

 

어떤 것은 깨지고, 어떤 것은 온전한 모양의 토기들이 무덤의 부장품으로 출토되기 시작한다.
항아리 모양의 토기, 제기 모양의 토기... 
녹이 쓸어 분별하기도 어려운 철제 칼들이 무덤 옆에 놓여 있다.
무덤의 형태도 여러 모양이다.
삼국시대 목곽묘, 석곽묘, 석실묘 등이 밀집 되어 있고,
청동기 시대 주거지, 고려와 조선시대 수혈 과 주거지가 들어난다.


 


이제는 보수와 정비 작업을 거쳐 출토된 유물들은 영원히 무덤을 떠나
박물관이라는 수장고에 들어가던지 유리관 속의 전시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제는 모든 것들이 사라지고  그 위에 혁신도시라는 괴물이 자리할 것이다.
차라리 파헤치지 말고 그냥 놔뒀더라면 앞으로 수천 년은 더 남아 있었을 유적들이었는데

이제는 한 순간 인간들의 욕망에 의해 귀중한 유적들이 사라져 버릴 것이다.

 


울산역 역세권 개발 유적지


경부고속철도(KTX)가 지나는 언양 울산역 역세권 개발 현장...
수십 년, 수백 년 대대로 살아오던 집들이 모조리 철거 헐리고 울산역 역세권 개발이 시작 됐다.
개발이 완료되면 현대식 건물들과 아파트, 상가들이 들어설 자리...
현대판 파괴의 총아 포클레인이 그 자리를 파헤치기 시작하니 청동기 시대부터 고대 삼한시대의 유구인

주거지가 지상으로 속속 노출되기 시작한다.
주거지의 형태는 세장방형, 장방형, 원형 형태의 다양한 집터들이 고스란히 들어났다.


 

 

이들 유적지들도 조사가 끝나는 대로 다시 묻어 그 자리에 거대한 건물 파일을 박을 것이다.

그리고 유적지는 영원히 사라지고 그 자리에 거대한 현대식 시멘트 건물들이 들어 설 것이다.
이 또한 그냥 땅 속에 묻혀 있으면 아주 후대까지 유적지가 존속되어 있었을 것인데

개발이라는 명분 앞에 그 운명을 다하게 됐으니 참으로 안타깝기가 그지없다.

 

 

 

이런 유적지 들을 아주 없애지 말고 일부분은 잘 정비하여 보존함이 좋을 듯한데....
경제 논리에 익숙해져 있는 장삿속 사람들이 그런 문화적 가치를 인식할 수 있는 안목이 있을까?

 

 

 

유적지에 수백 년 동안 살아 있던 거목들이 모두 줄줄이 잘려 나갔다.
그래도 생명은 끈질기다.
잘려나간 밑 둥에서 새 싹이 나오니 생명의 경이로움이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그러나 이마저도 잘려 나갈 판이니 인간들의 욕망 앞에는 도리가 없는 모양이다.

 

천년의 시간은 이렇게 그 운명을 다 하게 됐다.

 

 

 ▲울산 문화재 연구원 회원들(울산 중구 혁신도시 조성 부지 개발 현장-드러난 청동기 시대 무덤들,,,)

 

  ▲울산 문화재 연구원 회원들(울산역(언양) 역세권 개발 현장- 노출된 청동기 시대 유적들....)

 

 ▲ 현대판 파괴자

 

 

*이 유적지 답사는 "울산문화재연구원" 주최로 실시한 2010년10월9일

 답사활동에 참여했을 때 쓴 글과 사진입니다.

 

 

>미지로(2010.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