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단상/내가본國寶문화재

▶국보 제312호, 경주남산 칠불암마애석불

migiroo 2011. 2. 21. 21:25

 

■ 내가 보고 느낀 국보급 문화재(24) 
 
▶국보 제312호, 경주남산 칠불암마애석불
  -(통일신라 시대)


●하얀 설산 칠불암 가는 길

 

 

 

 

오랜만에 경주 남산이 설산이 되었다.
강원도 산간지방의 눈은 겨울의 일상이지만
경주지방 눈은 가슴 설레게 하는 일이다. 

 

 

칠불암이 있는 동 남산 봉화골 길은 아예 하얀 숲길로 변해 있다.
울창한 소나무마다 백합 같은 눈꽃을 매달고 있고,
산길은 그야말로 흰 광목을 깔아 놓은 듯 길게 누워있다.
차마 밟고 가기조차 민망한 백설의 눈길을 뽀드득, 뽀드득
소리를 내며 남산 제일의 마애불이 있는 칠불암으로 향한다.


출발지 남산마을에서 칠불암까지는 약 2.5km.
결코 짧지 않는 길이지만 길이 예뻐 걷기에 참으로 좋은 길이다.
봉화골 칠불암 가는 길은 사계절 모두 좋다.
겨울에는 하얀 잔설이 소나무 아래에 내려 앉아있어 걷기 좋고,
봄에는 바람과 진달래와 함께 걸어서 좋은 길이고,
여름에는 솔 향이 짙은 시원한 그늘 길이 좋고,
가을에는 떨어지는 낙엽 소리에 취해 걸어서 좋은 길이다.

 

 


칠불암 거의 가까이 왔을 때 산길은 급경사로 이어진다.
계절은 겨울의 끝머리인데도 이마에서 촉촉이 땀방울이 맺힌다.
얼마를 걸었을까 심한 갈증이 온 몸속으로 파고든다.
그때 정말 신기하게도 길옆에 맑은 옹달샘 하나가 나타난다.
그야 말로 칠불암 부처님이 내려주신 감로수임에 틀림없다.


샘물은 눈이 왔는데도 조금 고여 있다.
살짝 얼은 물을 떠서 한 모금 마시니 더욱 시원하다.
어디선가 염불소리가 들린다.
아마도 칠불암에서 들려오는 소리임에 틀림없다.


숨이 차서 160개의 가파른 돌계단을 오르니 작은 암자 옆에
일곱 분의 마애불이 하얀 눈을 뒤집어쓰고 우리를 맞는다. 

 

 

●칠불암마애불상군

 


남산에 마애불은 많다.
그러나 높은 돋을새김(高浮彫)의 마애불은 칠불암이 유일하다.
칠불암은 원래 절이 있던 자리이고 바위 위에도 건물을 올렸던 흔적이 남아 있다.
그리고 680년경의 기와 편들과 불교 경전을 새긴 경석(經石)이 출토된바 있다.

 

눈 덮인 사진은 마애불의 윤곽이 잘 보이지 않아 전에 찍어 놓은 다른 사진을 여기에 싣는다.


 

 

칠불암은 보물에서 2009년도에 국보(312호)로 승격되었다.
뒤 늦게 국보로 지정 된 것은 진짜 보물을 알아보지 못한 탓이리라.
이로서 칠불암은 남산에서 유일한 국보급 문화재로 대접받게 되었으니
칠불암의 공식명칭은“경주남산 칠불암마애석불군”이다.


칠불암의 답사는 수도 없이 많이 왔다.
암자로 드는 산길이 좋고, 마애불의 미소가 좋아 자주 왔다.
그러나 올 때마다 느끼는 감정이나 느낌이 다르다.
오늘은 설산 속의 마애불을 바라보니 또 다른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세분의 마애불, 그리고 네 분의 사방불....
그 정교하고 섬세한 조각술에 그만 넋을 잃고 만다.
어찌 이것을 인간이 만든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신이 석공의 손을 빌어 빚어낸 작품이 아닌가 싶다. 

 

●삼존불

 

 

 

 

 

칠불은 모두 7곱 분이시다.
먼저 뒤편 큰 바위 면에 삼존불이 새겨져 있는데

화려한 연화대좌 위에 앉아 계시는 석가여래이시고,
좌, 우 협시보살로 대세지보살과 관세음보살이 서 계신다.
관세음보살은 정병을 들고 계시고,
대세지보살은 연꽃송이를 들고 계신다. 

 


●칠불암의 사방불


 

 

 

 

 

그리고 삼존불 앞 네모 난 바위 면에는 동서남북 사면에
각기 다른 여래상을 사방불(四方佛)로 새겼다.


사방불은 東 쪽이 약사여래불, 西 쪽이 아미타여래불 이고,
그리고 南 쪽은 미륵불, 北 쪽은 석가모니불이다.

 
사방불이란 동서남북에 각기 다른 여래가 있다는 뜻인데
온 세상 어디든지 부처가 있다는 의미이다. 
사방불을 정확히 사방사불(四方四佛)이라 부른다.
글자 뜻 그대로 풀이해서 모든 공간에 부처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칠불암에는 또 다른 마애불이 있다.
바로 칠불암 위 쪽 바위 면에 새겨진 마애불이다.
방금 천계에서 구름을 타고 막 내려오신 보살이다.
바로‘신선암마애보살반가상(보물199호)‘이시다.

 

 

 

암자에는 물처럼 맑고, 바람처럼 청정한 젊은 비구니 스님 한분이 계신다.
예진 스님이시다. 얼마 전에는 세분의 비구니 스님이 머무르고 계셨는데
지금은 예진스님 한 분만이 쓸쓸한 암자를 지키고 계신다.
암자는 늘 쓸쓸하지만 스님은 늘 웃으시며 참배객들을 맞는다.
그리고 따뜻한 차 한 잔을 내리시며 환하게 웃으신다.


 

 

 

암자는 헌집을 헐어내고 정말 어렵게 새 집을 재작년에 지었다.
스님의 정성을 부처님께서 이루어 주신 것이리라.
아직 단청을 하지 않은 새 암자 건물은 화장을 하지 않았어도
너무 곱고 예쁜 여인처럼 예진 스님을 꼭 닮은 것 같았다.


칠불암에 어둠이 드리운다.
서둘러 다시 오던 길을 향하여 하산한다.
눈길은 오르는 것보다 내려가는 길이 힘든다.
아마도 이번 눈이 올해 마지막 눈이듯 싶다.


>칠불암에서....

 

 

■문화재 정보(*문화재청 자료)


●경주 남산 칠불암마애석불(慶州南山七佛磨崖佛像群)
  -국보 제312호 (통일신라 시대)

 


가파른 산비탈을 평지로 만들기 위해서 동쪽과 북쪽으로 높이 4m 가량되는 돌축대를 쌓아 불단을 만들고 이 위에 사방불(四方佛)을 모셨으며, 1.74m의 간격을 두고 뒤쪽의 병풍바위에는 삼존불(三尊佛)을 새겼다.


삼존불은 중앙에 여래좌상을 두고 좌우에는 협시보살입상을 배치하였다. 화려한 연꽃위에 앉아 있는 본존불은 미소가 가득 담긴 양감있는 얼굴과 풍만하고 당당한 자세를 통해 자비로운 부처님의 힘을 드러내고 있다. 왼쪽 어깨에만 걸치고 있는 옷은 몸에 그대로 밀착되어 굴곡을 실감나게 표현하고 있다. 손은 오른손을 무릎 위에 올려 손끝이 땅을 향하게 하고 왼손은 배부분에 대고 있는 모습이다.


좌·우 협시보살은 크기가 같으며, 온몸을 부드럽게 휘감고 있는 옷을 입고 있다. 삼존불 모두 당당한 체구이며 조각수법이 뛰어나다. 다른 바위 4면에 새긴 사방불도 화사하게 연꽃이 핀 자리에 앉아 있는 모습으로 방향에 따라 손모양을 다르게 하고 있다.


원래 불상이 들어 앉을 공간을 만들고 그 안에 모셨을 것으로 추정되며, 현재도 이곳 주변에서 당시의 구조물을 짐작케 하는 기와조각들이 발견되고 있다. 조각기법 및 양식적 특징으로 미루어 보아 이 칠불은 통일신라시대인 8세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