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giro Gallery/다육이 이야기~

20번 째 다육이 이야기(작은 선물~)

migiroo 2011. 10. 24. 21:57

▷2011.10.23


20번 째 다육이 이야기(작은 선물~)

 

작은 선물~
 

 

 

여행길 귀가 중 저녁 무렵에 어느 올갱이(다슬기)국 식당에 들어갔다.
그런데 식당 한쪽 구석에 있는 다육이 들이 눈에 띄었다.

다육이들은 여러 개의 상자 안에 올망졸망 이마를 맞대고 들어 있었다.
반가운 마음으로 다육이를 보고 있는데 등 뒤에서 누군가가 말을 걸어 왔다.


“다육이 좋아 하시나 보죠?”


뒤를 돌아보니 40대 쯤 되 보이는 식당 주인아주머니다.


“네, 우리 집에도 다육이 들이 많아요.”
“그런데 왜 애들이 여기에 있지요?”


내가 물으니 식당 아주머니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을 건넨다.


“원래 집 마당에 있었는데 며칠 전 기온이 떨어져 서리가 살짝 내렸어요,
 그래서 부랴부랴 방으로 들여놨는데 걱정이네요. 겨울을 어찌 날는지....
 식당 안에는 햇빛도 못 보고 통풍도 안 되는데....”


아주머니는 다육이를 시작한지 금년 봄부터라 했다.
그러고 보니 나와 같은 초보인 셈이다.


“저도 봄에 시작했는데요, 아파트라서 관리하기가 힘들어요.”
“적당한 곳이 없으면 마당에 작은 비닐하우스라도 만드시지요.”
“이대로 많은 손님이 들락거리는 식당 안에 놔 둘 수는 없잖아요.“


이렇게 내가 조언을 하니 아주머니도 걱정스러운 듯


“아무래도 다육이를 포기 하던지, 선생님 말씀대로 마당에 비닐하우스를
만들던지 해야 되겠지만 그것도 쉽지 않잖아요. 난방도 해 줘야하고,
통풍도 해줘야 되는데.... 공연히 다육이를 시작했나봐요.“


하면서 아주머니가 말끝을 흐린다.


“그래도 시작하셨으니 잘 길러야지요. 예쁘고 귀엽잖아요.”
“그리고 요것들 들여다보고 있으면 행복하잖아요.”
“행복은 저절로 얻어 지는 것이 아니랍니다.”


올갱이국을 맛있게 먹고 계산을 하면서 내가 아주머니에게 한 말이다.
식당을 나오는데 아주머니가 따라 나오면서 내게 빈 화분 하나를 내민다.

 
“작은 선물입니다. 우리 집 다육이 잘 기를게요.“

 


화분을 보니아주 작은 예쁜 토우(인형) 장식 화분이다.
나는 뜻밖의 선물에 가슴이 짠해져 식당 아주머니를 다시 바라봤다.


같은 취향, 정서, 감성을 가진 사람끼리는 금방 교감이 생기기 마련이다.
바로 관심이다. 서로 공감하고 관심을 가져 주는 것이야 말로 타인은 물론,
친구끼리 더 가까이 친숙해 질 수 있는 길이 아닌가 싶다.
작은 마음 하나 건넸다고 그 마음이 작은 선물이 되어 돌아오니
바로 이런 것이 행복이 아닐까 생각한다.


오늘은 기분 좋은 날....
집에 돌아오니 캄캄한 밤이다.


“애들아, 별일 없었지...?”
“네, 여행 잘 다녀오셨어요?”


다육이 들이 눈을 비비며 나를 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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