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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함민복의 ‘미안한 마음’

migiroo 2012. 9. 3. 13:44

 

  >2012.8.31

 
시인 함민복의 ‘미안한 마음’

 


초대형 태풍 ‘볼라벤’이 한반도 전역을 핥고 간 날....
바람과 비를 뒤집어 쓴 택배 아저씨가 책 상자를 내민다.
그의 책임감에 감복하며 책을 읽는다.
나의 가슴에도 한 바탕 폭풍우가 일기 바라면서....

 

 

 


‘함민복’ 시인의 산문집 ‘미안한 마음’
조금 낯선 시인이 쓴 책 이지만....
무엇이 미안하다는 건지....
표제에서 시인의 여린 감성이 전이 되어 오는 듯하다.


택배 상자를 열어 봤더니 어찌 된 것인지 똑 같은 책이
두 권 비닐 봉투에 들어 있다.
분명히 다른 책들과 함께 시인의 책을 한 권만 주문했는데
왜 똑 같은 책이 두 권일까 하고 봉투를 개봉해 보니 한 권은 시인의 산문집
이 틀림 없었는데 다른 한 권은 그냥 하얀 백지로 된 백지 책이었다.
원본 책과 똑 같은 하얀 백지의 책....
시인은 왜 백지 책을 함께 동봉했을까?

 

 

 


그 이유를 나는 시인의 글을 반 쯤 읽고 나서야 비로소 알 수 있었다.

하얀 여백처럼 마음을 비우라는 메시지 이고,
백지 책에 나(독자_도 시나 산문을 써 보라는 무언의 메시지였던 것이다.
(물론 나의 자의 적인 해석이지만....)
책 표지를 넘기자 첫 페이지에 이렇게 적혀 있었다.


“침묵에서는 어떤 냄새가 날까. 무슨 맛일까. 비린내가 날 것 같고
 신맛일 것 같다는 생각들 하다가 잠자리에서 일어나 유리창을 엽니다.“

 

침묵의 냄새라...

글쎄, 시인의 마음이 아니고서야 어찌 우리 같은 보통사람들이

침묵의 냄새가 어떤 냄새인지 알 수 있을까.

 

시인 함민복은 10여 년 동안 강화도 허름한 집에 살면서 
강화도 사람들의 삶과 애환을 보고 듣고 느끼고 경험한 것을
'미안한 마음'으로 책 썼다 한다.
함민복의 글에 더하여 글 여백 사이사이에 그려진
일러스트레이터 '추덕영'의 그림도 좋다.

 

 

 

함민복 시인은 누구 인가?

 


자본과 욕망의 시대에 저만치 동떨어져 살아가며 전업 시인. 개인의 소외와 자본주의의 폭력성을 특유의 감성적 문체로 써내려간 시로 호평받은 그는, 인간미와 진솔함이 살아 있는 에세이로도 널리 사랑 받고 있다.


1962년 충북 중원군 노은면에서 태어났다. 수도전기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경북 월성 원자력발전소에서 4년간 근무하다 서울예전 문예창작과에 입학했다. 그리고 2학년 때인 1988년 『세계의 문학』에 「성선설」 등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1990년 첫 시집 『우울氏의 一日』을 펴냈다. 그의 시집 『우울氏의 一日』에서는 의사소통 부재의 현실에서 「잡념」 의 밀폐된 공간 속에 은거하고 있는 현대인의 소외된 삶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1993년 발표한 『자본주의의 약속』에서는 자본주의의 물결 속에 소외되어 가는 개인의 모습을 통해 자본주의의 폭력성을 이야기 하면서도 서정성을 잃지 않고 있다.


서울 달동네와 친구 방을 전전하며 떠돌다 96년, 우연히 놀러 왔던 마니산이 너무 좋아 보증금 없이 월세 10 만원 짜리 폐가를 빌려 둥지를 틀었다는 그는 "방 두 개에 거실도 있고 텃밭도 있으니 나는 중산층"이라고 말한다. 그는 없는 게 많다. 돈도 없고, 집도 없고, 아내도 없고, 자식도 없다. 그런데도 그에게서 느껴지는 여유와 편안함이 있다. 한 기자가"가난에 대해 열등감을 느낀 적은 없느냐"고 물었을 때 그는 부스스한 머리칼에 구부정한 어깨를 가진 그는 부드럽지만 단호한 어조로 이렇게 말했다. "가난하다는 게 결국은 부족하다는 거고, 부족하다는 건 뭔가 원한다는 건데, 난 사실 원하는 게 별로 없어요. 혼자 사니까 별 필요한 것도 없고. 이 집도 언제 비워줘야 할지 모르지만 빈집이 수두룩한데 뭐. 자본주의적 삶이란 돈만큼 확장된다는 것을 처절하게 체험했지만 굳이, 확장 안 시켜도 된다고 생각해요. 늘 '이만하면 됐다'고 생각해요."(동아일보 허문명 기자 기사 인용)


2005년 10년 만에 네번째 시집 『말랑말랑한 힘』을 출간하여 제24회 '김수영 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이 시집은 그의 강화도 생활의 온전한 시적 보고서인 셈이다. 함민복 시인은 이제 강화도 동막리 사람들과 한통속이다. 강화도 사람이 되어 지내는 동안 함민복의 시는 욕망으로 가득한 도시에서 이리저리 부딪치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강화도 개펄의 힘을 전해준다. 하지만 정작 시인은 지금도 조용히 마음의 길을 닦고 있다.

 

 

책 속의 그림 그린 화가 소개 : 추덕영

 

건국대학교 산업디자인과를 졸업하고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해 왔다. 디지털 조선의 ‘굿모닝 디지털’에서 디자인 작업을 했으며, 문화일보 미술팀장을 거쳐 지금은 한국경제 신문사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린 책으로 『마시멜로 이야기』『나의 백만장자 아저씨』『피라니아 이야기』『마음 연주회』『경제학 콘서트』등이 있다. [YES24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