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책 이야기~
이병률의 여행 산문집
어제 밤샘 비가 오더니 오늘 아침은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다.
천고마비, 바로 그런 맑은 하늘이다.
이른 아침 환승버스에 앉아 책을 펴든다.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책 제목이 다소 생뚱맞다.
이병률의 여행 산문집이다.
나는 책을 살 때 주로 책 제목을 보고 사는 편이다.
책은 미리 읽어보고 사는 것이 아니니 책 내용을 알 수 없다.
그래서 제목만 보고 살 수밖에 없다.
작가들은 책 제목을 어떻게 정하는지 모르겠지만
책 제목은 그 책을 함축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제목이어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제목만 보고도 대략 책의 성격을 유추해 볼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유명 출판사나 잘나가는 저자의 책은 신문지상에 요란하게 광고한다.
그러나 어쩐지 그런 책들은 상업적 냄새가 나서 살 마음이 별로 안 생긴다.
그런 책들은 필요 이상으로 책 속의 여백이 많고 글의 줄 간도 지나치게 넓고,
한 권으로 묶어도 될 책을 1,2권 또는 상, 중, 하권 하는 식으로 부풀려 책을
내기 때문에 출판사의 과도한 상술이 엿보여 사기 싫어진다.
그래서 나는 서점에 가서 직접 책을 사거나 인터넷에서 제목만 보고
한꺼번에 여러 권 사곤 한다. 할인도 되고...
나의 책 구매 성향은 소설류 보다는 에세이나 산문집, 그리고
교양지나 학문지로서는 역사서나 문화재 관련 책들에 치우쳐 있다.
그리고 특히 시인들이 쓴 산문집을 좋아한다.
그들의 책에는 시인들 특유의 감성이 듬뿍 묻어 있기 때문이다.
요즈음은 데불릿PC나 스마트폰으로 보는 전자책이 나와 있다.
비용을 조금만 줘도 수 백 권의 전자책이 들어 있는 어풀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어찌 책을 컴으로 볼 수 있는가.
아무리 세상만사가 디지털화 되간다 하더라도 책만큼은
아날로그를 벗어 날 수도, 벗어나서도 안 된다고 본다.
책은 컴(스마트폰이, 데불릿피시 등) 속이 아니라
책꽂이에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야지 책을 사는 재미, 책을 읽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열차, 버스, 전철, 휴게소 등에서 책 보는 사람은 별로 없지만
스마트폰을 보는 사람이 과반을 넘어 있다.
인간은 문명 속에 살고 그 생활이 아무리 첨단과학시대라 하지만
인간의 감정이나 감성을 일으키게 하는 것은 과학문명이 아니라
원초적 본능과 인간성 그리고 문학이라는 장르에 있다.
풍부한 인간성을 키우는 밑거름은 문학에 있다.
스마트폰 같은 현대 과학문명의 이기 같은 것들은 사람의 심성을
피폐하게 하고 자기 이익만 추구하게 한다.
그래서 끔찍한 강력 범죄나 성폭력 범죄가 횡행하게 되는 것이다.
책을 보는 생활이야 말로 감성 있는 인간을 만드는 최선의 길잡이다.
책을 많이 보는 사람치고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은 없다.
책을 읽고 자기 나름대로 글을 쓰는 것....
글을 잘쓰던 못쓰던 자기 나름데로 쓰는 것....
그것은 자기 충족이고 즐거움이고 행복이다.
저자 이병률 시인 소개
시인이자 방송작가인 이병률은 1967년 충북 제천에서 태어났다.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199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 「좋은 사람들」,「그날엔」이 당선되어 등단했다.‘시힘’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시집 『당신은 어딘가로 가려 한다』『바람의 사생활』『찬란』 등과 여행산문집 『끌림』(2005) 등이 있으며, 제11회 현대시학 작품상을 수상했다.
그는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들을 순서대로 적어내려가기 위해 글쓰기를 시작했다가 실수처럼 그 길로 접어들었다. 스무 살, 카메라의 묘한 생김새에 끌려 중고카메라를 샀고 그 후로 간혹 사진적인 삶을 산다. 사람 속에 있는 것, 그 사람의 냄새를 참지 못하여 자주 먼 길을 떠나며 오래지 않아 돌아와 사람 속에 있다. 달라지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진실이 존재하므로 달라지기 위해 애쓸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안다. 전기의 힘으로 작동하는 사물에 죽도록 약하며 한번 몸속에 들어온 지방이 빠져나가지 않는 체질로 인해 자주 굶으며 또한 폭식한다. 술 마시지 않는 사람과는 친해지지 않는다. 시간을 바라볼 줄 아는 나이가 되었으며 정상적이지 못한 기분에 수문을 열어줘야 할 땐 속도, 초콜릿, 이어폰 등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일방적인 것은 도저히 참지 못하나 간혹 당신에게 일방적이기도 하다. |
>미지로(2012.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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