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思索의 窓門/태화강 이야기~

공업도시 울산 이야기~

migiroo 2012. 9. 11. 21:32

>2012.9.10


 

●울산의 석유화학단지 와 이웃 마을~


오늘은 울산의 한 단면을 들여다봅니다.
그리고 이야기를 씁니다.


울산의 상징 공업단지 중에 석유화학 단지의 모습입니다.
우리나라 산업화의 메카이고 그 주인공입니다.
수많은 굴뚝들이 하늘 높이 솟아 있습니다.

 

 

 

 

6,70년대 경에는 보이는 굴뚝마다 연기가 뿜어 나왔습니다.
그때는 그 연기가 산업화의 상징이 되기도 했고요.
그래서 울산은 공해도시라는 오명을 쓰고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보시다시피 굴뚝에서 연기가 하나도 안 나옵니다.
만약 연기가 나오면 굴뚝 꼭대기마다 센서가 달려 있어서 곧바로
환경청으로 신호가 가서 단번에 단속이 된답니다.
그러면 연기가 다 어디 갔냐고요? 모두 고압으로 태워 없애 버린답니다.
가끔가다 장비가 고장 나거나 정전이 되면 불연소 연기가 잠깐 나오긴 하지만요.


어쩠던 이러한 울산의 공업단지가 없었다면 우리나라의 산업발전도 없었겠지요.
울산 사람들이 그동안 오염된 공기를 마셔가며 일한 덕분으로
오늘 날 우리나라가 이만한 경제 선진국이 될 수 있었다는 것을
우리 국민들은 좀 알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사진 출처 : 울산시 자료 사진 

 

지금은 울산이 공업도시가 아니라 녹색도시로 새롭게 태어났습니다.
도심에는 나무나 크고 작은 공원들이 들어서 있습니다.
국제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멋진 공원이 바로 울산대공원입니다.
태화강은 또 어떻습니까?
태화강은 생태공원으로 거듭나서 하루에도 수많은 자전거 마니아들과
조깅, 트레킹, 산책 코스로 전국적으로 유명한 명소가 되었습니다.


공장이나 생활하수로 오염되어 악취가 났던 태화강 물은 시 당국과 시민들이 노력으로
연어와 각종 물고기들 그리고 철새들이 몰려드는 맑은 강물로 탈바꿈 했습니다.

 

 

 


강변의 산책길은 전국에서 가장 멋진 산책길로 이미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여름이면 해마다 강에서 전국 수영대회도 열립니다.
그리고 금년에 새로 문을 연 영남알프스의 ‘하늘억새 길’은 그야말로 등산 마니아들의
환상적 코스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각 구, 읍, 면마다 도심의 녹색화 사업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고 이미
마을 여기저기에 시민 소공원과 산책길이 잘 조성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이 화려함 뒤에는 아픔도 있기 마련입니다.

 


●재개발의 아픔~


석유화학단지에서 도로 하나를 가로지르면 단독주택 마을이 있습니다.
6,70년대 석유화학단지에서 뿜어 나온 연기를 마시며 살던 마을입니다.
공장들은 엄청난 발전을 해 왔지만 마을의 모습은 옛날 그대로입니다.


이곳은 그 흔한 아파트 재개발 지구로도 선택 받지 못하는 곳입니다.
석유화학단지 바로 옆이라서 공기가 나쁠 것이라는 통념이 아직도
사람들의 인식 속에 남아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조금만 시내 쪽으로 들어가면 사정은 달라집니다.
수 백 년 동안 형성된 마을들이 재개발 지구로 선정되어 집들은 철거되고
정든 이웃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종일 카메라 매고 그런 마을들을 찾아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어느 집 담벼락에 핀 예쁜 들꽃도 찍고, 주택가의 풍경들도 카메라에 담습니다.
마을은 6,70년대에 지은 낡은 건물이 대부분이었지만 거기 사는 사람들은
오순도순 정이 오고 가는 이웃들이 사는 집들입니다.


 

 


이사 오면 이사 왔다고 환영해 주고,
이사 가며 이사 간다고 섭섭해 하면서 손 흔들어 주고,
이웃 간에 나눔이 있고,
기쁜 일 있으며 함께 기뻐해 주고,
슬픈 일 있으면 함께 슬퍼해 주는 마을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할머니, 할아버지 되신 우리들의 부모님들이
자식들인 우리들을 기르며 살던 삶의 애환이 서린 집들입니다.


집집마다 빨래 줄이 있고, 대문에는 문패도 있습니다.
개 짖는 소리도 들리고 고양이 울음소리도 들립니다.
앞마당 작은 화단에는 예쁜 꽃도 피어 있습니다.

 
밤이 되면 꺼졌다 켜졌다 하는 희미한 가로등도 있고,
차가 다니지 않는 꼬불꼬불한 골목길도 있습니다.
집집의 담벼락은 아이들의 낙서로 가득하고,
7,80년대나 있었던 구멍탄 재도 골목길 외진 곳에 보입니다.


“정든 내 집 XXX 동, 죽어도 떠날 수 없다.”


담벼락에 빨간 스프레이 페인트로 쓴 구호가 가슴을 찡~하게 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외쳤던 사람들도 지금은 모두 떠나고 없습니다.


 

 


철재 펜스가 둘러 처진 재개발 구역 안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육중한 포클레인이 둔탁한 굉음을 내며 날카로운 이빨로 주인 떠나고 없는
집들을 무참하게 까부수고 있는 중입니다.
수 백 년 이야기가 서린 마을의 역사가 일순간에 사라지는 현장입니다.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이렇게 이웃이 있는 집들은 사라지고 아파트라는
또 다른 모습으로 이곳에 들어서게 되겠지요.

 

 

 

 

어느 집 옥상에 있는 TV 안테나입니다.
아직도 용케 남아있으니 신기할 따름입니다.
7,80년대에는 어느 집이든 이런 TV 수신 안테나가 지붕위에 있었습니다.
화면이 잘 안 나오면 지붕에 올라가 안테나를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면서
방안에 대고 소리를 질렀던 기억이 납니다.


 

 


“잘 나오니, 잘 나와...?”
“아니, 조금만 오른쪽으로 더 돌려봐 조금 더...”


이제는 이런 안테나는 구경하려고 해도 하지 못할 것입니다.
온 가족이 17“ 흑백 티브 앞에 모여 앉아 연속방송극을 봤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서 생생하게 재생되어 떠오릅니다.
저런 거 사진만이라도 찍어 잘 보관해 둬야겠습니다.


 

 

 
폐허(?)가 된 마을을 한 바퀴 돌아 내려오니 재래시장이 나타납니다.
썰렁하게 텅 비어있는 시장 골목을 보니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주민들이 떠나고 없으니 시장도 문을 닫을 수밖에 없겠지요.
썰렁한 시장을 보니 왁자지껄 했던 시장의 소음이 들려오는 듯 합니다.
사람 사는 소리입니다.
시장기가 발동하여 장터국밥 집 문을 열고 들어갑니다.
다행히 아직 묻을 닫지 않고 장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국밥집 아주머니의 긴 한숨이 주방에서 들려옵니다.


 

 


할머니 한분이 길가에서 좌판을 벌리고 채소를 팔고 계셨습니다.
풋고추, 빨간 고추, 가지 몇 개, 양파 몇 개 그리고 완두콩 한 그릇...
분명히 집 앞 작은 텃밭에서 할머니가 손수 일꾼 채소 일겁니다.
이거 다 팔면 몇 푼이나 벌겠어요.
그러나 돈이 아니라 이것이 할머니의 건강을 유지하는 삶일 것입니다.
몇 천원 벌어 손주 놈들 용돈 주는 재미가 할머니의 낙일 겁니다.
할머니 얼굴은 주름투성이 인데 머리는 염색을 하여 새까맣습니다.
할머니도 여자이니 젊어 보이고 싶으신 것 같습니다.
문득 30여 년 전에 돌아가신 우리 엄마가 생각납니다.


“어머니....‘ 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뜁니다.


그러나 아무리 불러 봐도 엄마는 대답이 없습니다.
나는 한 번도 엄마 살아 계실 때 용돈 한번 드려보지 못했습니다.
이제 내 나이 그때 어머니의 나이를 넘겨 버렸습니다.
가슴이 미어지도록 어머니를 불러보고 싶습니다.

 

 

 


우리들 엄마, 아버지가 사시던 마을은 이렇게 영원히 사라지고 
그 자리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의 재래시장 자리에는 대형 마트가 들어서겠지요.
마을도 사라졌지만 그 마을에서 살던 사람들의 삶의 현장도
이제는 사라져 버릴 것을 생각하니 또 눈시울이 촉촉해 집니다.


이 글을 쓰는 나도 지금은 아파트에 살고 있습니다.
마을은 아파트 단지로 변하여 사람들은 몇 십 배 늘어났습니다.
그러나 오로지 내 아파트만 있을 뿐 이웃은 없습니다.
앞집, 옆집은 있으나 누가 사는 줄도 모릅니다.
방학 때 내려온 손주 놈들이 쿵쿵대면 아랫집에서 시끄럽다고
전화 오고, 강아지 멍멍대면 관리실에서 전화 옵니다.
누가 이사 가는지, 누가 이사 오는지도 모릅니다.
젊은 사람, 학생들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도 인사도 안 합니다.

 

내겐 한 가지 소원이 있답니다.
생애 마지막 소원입니다.
바로 아파트를 버리고  촌집에서 살고 싶은 소원입니다.
그러나 생각만 간절할 뿐 행동이 말을 듣지 않습니다.


오늘 이야기는 여기서 멈춥니다.
비가 또 오려나. 봅니다.
가을이라는데 장마철 보다 비가 더 잦습니다.
다음 이야기도 곧 이어집니다.
글을 재미있게 쓰려고 하지만 말만 많았지 매끄럽지 못합니다.
뭐, 제가 작가가 아니니 그냥 읽어 주시는 것만도
감지덕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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