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未知로 가는 땅/예슬이의 인도여행

19.쿰브멜라 축제의 장소, 알라하바드의 상감(sangam)

migiroo 2009. 11. 4. 22:32

 

 

 

작은 배를 빌려 강으로 들어가 주위를 둘러보니
붉은 노을로 물든 강물이 포근하고도 아름답게 보이고
어둠을 밝히는 전등불은 노을과 어우러져 한층 더
분위기를 멋지게 연출하였다.
석양에 물든 상감의 아름다운 광경은
내 마음속에서 오래오래 지워지지 않을 것 같다.
(본문 중에서...)

 

 

 

새벽 5시 웬일로 기차가 연착도 하지 않고 정시에 도착 하였다.아마도 인도 여행 중에서 연착하지 않은 기차는 내 기억으로는 이번이 처음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좌석을 배정 받았는데 내 자리는 화장실과 가까운 입구 쪽이 되었다. 자리에 누워있자니 화장실에서 나는 냄새로 머리가 아파오고 입구에서 들어오는 찬바람은 침낭에 들어가 있어도 추위를 느끼게 하였다. 마스크를 쓰고 침낭을 머리 꼭대기까지 뒤집어썼지만 도통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오늘 밤은 편안하게 잠자기는 틀린 듯했다.
 

      

 
어제 영축산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다리를 삐끗하여 무릎을 다쳐 지속적인 통증이 왔는데 몸을 웅크리고 누워 있자니 점점 더 아픔이 심해져 왔다. 일행 중에 파스를 가지고 온 사람이 있어 얻어 붙였는데 고춧가루 성분이 들어있어 효과가 아주 좋다고 하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파스를 붙인 무릎이 화끈거리고 따가워서 견디기가 힘들었다. 고춧가루 성분의 화끈거림과 따가움은 무릎의 아픈 통증보다 더 심한 것 같았다.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어 파스를 때어버리니 한결 기분이 나아졌는데 고춧가루 성분이 들어있는 파스도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았다.

 

        

 
밤새 뒤척이다가 깜빡 잠이 들었다가 일어나니 아침 8시로 날이 환하게 밝아 있었다. 12시 경 알라하바드에 도착하여 숙소인 "삼라트"호텔에 여장을 푸니 오후 1시가 되었다.
허기진 배를 채우려고 밖으로 나오니 숙소 앞에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이 보인다. 무조건 들어가서 이것저것 많이도 시켰다. 식당 안을 둘러보니 이곳에 오는 사람들은 모두 부자인 듯 외모부터 깨끗하고 고급스럽다.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노라니 가난한 인도인들과 고급식당에 앉아있는 사람들이 겹쳐져 보이며 너무나 대조적인 모습에 은근히 화가 나기 시작했다.

 
옆 테이블에 앉은 인도여자는 온 몸을 보석으로 치렁치렁하게 장식을 하고 앉아서 남편과 두 아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있었다. 매니큐어를 칠한 긴 손톱을 하고 손으로 음식을 먹는 모습이 조금은 우스워 보였다. 음식을 다 먹은 후 긴 손톱에 낀 찌꺼기는 어떻게 처리하는지 내심 궁금하여 지켜보니 휴지로 대충 닦더니 밖으로 나가는 것이었다. 극과 극으로 살아가는 인도인의 모습을 보면서 가난한 서민들에게 자꾸 연민의 정을 느끼게 되고 부자를 보면 괜시리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버릇이 생겼다. 음식 값으로 1인당 300루피도 넘게 나왔는데 너무 지출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도에서 인도식으로 여행하겠다는 초심은 어디가고 줄 곳 고급식당에서 푸짐한 음식을 먹다니 여행방식을 좀 더 고려해 봐야할 것 같다.

 

       

 

식당을 나와 우리들은 템포(가까운 거리를 운행하는 미니버스)를 타고 "상감(sangam)"으로 출발 하였다. 상감은 야무나강 과 겐지스강이 만나는 합류지점으로 힌두교도들의 성지이다. 이곳에서 목욕을 하면 죄가 씻겨 진다고 믿으며  의식을 치루는'쿰브멜라" 축제 때에는 무려 7천만 명이라는 힌두교인들이 모인다고 한다. 남북한 전체의 인구를 합한 만큼의 사람들이 모인다니 놀라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그중에 700여명은 깔려서 죽고 350여명의 미아가 발생한다니 축제가 아니라 전쟁터의 아비규환이 아니겠는가.
상감에 도착하니 강가에는 수많은 천막들이 진을 치고 있었는데 힌두교의 성지라서 사시사철 독실한 신자들과 사두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한다.
강변에 있는 알라하바드 성으로 걸어가니 걸인들이 끈질기게 따라 붙으며 구걸을 한다. 반응이 없자 손으로 치기도하고 옷을 잡아 끌기도하며 무척이나 성가시게 한다. 성 입구에 서있는 군인이 고함을 지르자 그제야 따라오기를 멈춘다.


성 안에는 지하로 형성된 사원이 있었는데 영원히 죽지 않는 나무인 "반얀트리"가 있다하여 컴컴한 지하로 내려갔다. 이 나무는 순례승인 현장법사도 목격하였다 하는데 이곳에서 죽으면 구원을 받을 수 있다 하여 자살하는 도구로 이용되었다니 영원히 죽지 않고 인간의 죽음을 유혹하는 무서운 나무가 아닐까 생각된다. 

 

상감 주위에는 구석구석 힌두 신들을 모신 곳이 너무나 많았는데 인도를 여행하면서 수없이 많은 신들을 접하니 이제는 그 신들로 부터 벗어나고픈 심정이 되었다. 두 강이 만나는 지점으로 걸어가고 있자니 어느덧 해가 저물고 강가에는 노을이 붉게 물들고 있다.
맑은 야무나 강물과 누런 황토색의 갠지스 강물이 만나는 지점에는 힌두 교인들이저마다 기도를 하거나 의식을 치루고 있다.


강물에 띠우는 꽃 접시를 파는 아이들이 우리를 향해 우르르 몰려왔다. 조그마한 여자아이에게 꽃 접시를 10루피에 사서 촛불을 키고 경건한 마음으로 "시바" 신에게 축복을 기원하며 강물에 흘려보냈다.

 

작은 배를 빌려 강으로 들어가 주위를 둘러보니 붉은 노을로 물든 강물이 포근하고도 아름답게 보이고 어둠을 밝히는 전등불은 노을과 어우러져 한층 더 분위기를 멋지게 연출하였다. 석양에 물든 상감의 아름다운 광경은 내 마음속에서 오래오래 지워지지 않을 것 같다. 호텔로 돌아와 부근의 레스토랑에서 맥주를 마셨다. 취기가 오르자 일행 중 한사람이 자기 방에 위스키가 있다고 초대를 한다.

                 


술이 귀한 이 곳에서 다들 어떻게 위스키를 구입하는지 밤마다 술을 마시지 않은 날이 별로 없는 것 같다.

너무 많이 마신 것 같다
술이 취해 내방으로 오자마자
깊은 잠 속으로 빠져 들었다.


>글:예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