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未知로 가는 땅/예슬이의 인도여행

20.황홀한 꽃, 부겐베리아

migiroo 2009. 11. 5. 17:47

 

 

 

부겐베리아의 진홍빛 꽃은 온통 잿빛 투성이의 도시에서
유일하게 색감을 주는 것으로 여행 중 가끔씩 이 꽃을 
만나면  황홀감에 빠져 발걸음을 움직이지 못하게 하였다.
(본문 중에서....)

 

 

 

아침에 일어나니 어제 술을 너무 많이 마신 탓으로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호텔에서 제공하는 아침식사를 거의 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묵은 호텔 중에서 음식이 제일 잘 나왔는데 속이 거북하여 먹지도 못하고 커피와 홍차만 여러 잔 마셔댔다.


릭샤를 타고 알라하바드 박물관에 도착하니 오늘이 인도의 홀리데이 라며 문이 닫혀 있다. 가이드북에는 공화국 창건일은 1월 26일로 써져 있는데 오늘은 어떤 휴일인지 통 알 수가 없었다. 우리는 발길을 돌려 "아난드바반"으로 향했다.


아난드바반은 인도의 독립 이후 첫 수상 이었던 네루의 생가로 그의 딸인 인디라 간디 수상이 1970년 국가에 기증하여 오늘날 일반인에게 공개되고 있는 곳이다.


 

 

박물관에서 제법 먼 거리인 이곳까지 걸어서 왔는데 역시 문이 닫혀있고 갑자기 할일이 없어진 우리는 다시 박물관 옆에 위치한 공원으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공원에는 각양각색의 화려한 부겐베리아 꽃으로 조경이 되어있었는데 한 나무에 두 가지 색의 꽃이 피어있어 아름다움이 더하였다.
부겐베리아의 진홍빛 꽃은 온통잿빛 투성이의 도시에서 유일하게 색감을 주는 것으로 여행 중 가끔씩 이 꽃을  만나면 황홀감에 빠져 발걸음을 움직이지 못하게 하였다. 우리는 부겐베리아 나무 밑에 앉아 카드놀이를 하며 오후 시간을 보냈는데 나는 컨디션이 좋지 않아 카드놀이를 하지 못하고 나무 밑에 누워 그동안 쓰지 못한 여행일지를 정리하였다.


 

저녁에 숙소로 돌아와 쇼핑을 하였는데 은도금 그릇을 파는 상점에서 커피와 홍차를 거르는 기물 세트를 1800 루피에 흥정하여 구입 하였다. 우리 돈으로 4만5천 원 정도로 처음에 2000루피 부르는 걸 여러 번 흥정을 하였지만 200루피 이상은 더 깎아주지 않았다.
무거운 배낭에 커피 셋트는 더욱 무게를 가중 하여서 여행에 불편함을 줄 것 같은 걱정이 앞섰다.

 
밤 7시30분 산치로 가기위해 보팔 행 야간열차를 타러 숙소를 나왔다. 지금부터 "산치"까지는 장장 14시간을 가야하는 대장정으로 이번 여행에서 최고의 난코스가 될 것이다. 힘든 여정을 잘 이겨내야 한다고 단단한 마음의 준비를 하였다.

 

기차를 타자 배낭을 자리에 올려놓은 후 부산에서 온 부부와 나를 포함한 박물관 팀 3명, 그리고 한 달간 우리를 이끌어갈 가이드, 이렇게 6명이앉아서 다시 카드놀이를 하였다. "훌라"라는 카드놀이는 할수록 재미가 나서 새벽 2시가 넘도록 놀이에 빠졌다.

 

 

2등부터 1루피씩 돈을 거는 노름이라 6등을 하면 6루피를 내야하니 다들 열심이다.

놀이판을 접은 후 계산을 해 보니 나는 30루피 정도는 잃은 것 같다 하지만 피곤하고 고달픈 여행에서 즐겁게 웃으면서 오락 시간을 보내는 밤은 무척 즐거운 것이다.

 


지금 시간은 새벽 2시...
내일아침까지 푹 잠을 자리라 생각하며
침낭 속으로 들어갔다.


>글: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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