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단상/전국문화재 斷想

남원 실상사 백장암 가는 길에 실눈 내리고....

migiroo 2009. 11. 5. 15:36

 

 

●백장암 가는 길에 실눈 내리고....

 

 

1.백장암 그 고행의 길에서....

 

 

           


오전 10시 반, 백장암에 도착하니 길가에 우람하게 생긴 목장승들이
눈을 부릅뜨고 도열하여 우리 일행을 맞아준다.
백장암으로 오르는 길은 승용차가 갈수 있는 시멘트 포장길이다.
1km 정도 쯤 될까?
그러나 걸어 올라가기엔 꾸불꾸불 제법 가파른 길이다.
숨을 몰아쉬고 헉헉대며 힘겹게 올라야 한다.
어인 일인가?
오늘 따라 바람도 불고 칼날 같은 실눈까지 내린다.
국보를 보려면 그 만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것인가?  

 

가파른 언덕길에 대나무를 엮어 만든 두 개의 쪽문이 보인다.
백장암의 일주문인가?

 

 

           


숨이 턱이 차서 비로소 고개를 넘으니
거기에 고아처럼 백장암이 외롭게 앉아 있다.
첫 인상이 너무도 초라한 절이다.
까만 석탑 하나, 석등하나 그리고 부도 몇 개...
그리고 절집 두어 채....
그 것 뿐이다.
지난 해 꽃피는 봄 4월에 왔다가 갔으니 이번이 두 번째 답사다.
그 때는 제대로 관찰을 못했는데...
오늘은 좀 차분히 세심하게 관찰해 보기로 했다. 

 

 

 

그런데 왜 백장암 삼층석탑이 국보로 지정 됐는가?
기단부도 없다.
우주도 탱주도 없다.
옥개석의 층급받침도 없다.
어디 그것뿐인가?
탑신 1,2,3층 옥개석의 비율도 안 맞는다.
도무지 제멋대로 이다.
그래서 이형탑(異形塔)의 효시라 했나?

 

 

 

이런 볼품없는(?) 탑이 왜 국보로 지정 됐는가?
그 이유는 가 본 자만이 알 수 있고, 아는 자만이 알 수 있다.


자! 그러면 지금부터 백장암 삼층석탑의 신비와
그 아름다움의 비밀 속으로 들어가 보자!

우선 대한민국 문화재청에 나와 있는 자료부터 읽어 보고 들어가 보자.
백장암이 어떤 절이고, 국보 10호인 삼층석탑이 도대체 어떤 탑인지...

 

 

2.백장암과 삼층석탑(*자료출처:문화재청)

 

●백장암 [百丈庵]은 어떤 절인가?

 

 

 

대한불교조계종 제17교구 본사 금산사의 말사인 실상사(實相寺) 소속 암자이다.
828년(신라 흥덕왕 3) 홍척(洪陟)이 실상사를 창건하면서 함께 세워, 실상사가
사세를 크게 떨칠 때에는 참선 도량으로 유명하였다.
1468년(조선 세조 14) 실상사가 화재로 폐허가 된 이후부터 1679년(숙종 5)까지는
이 암자가 중심 사찰로 승격되기도 하였다. 1800년대 초에 침허가 중창하였고,
1868년(고종 5) 10월에 화재가 나자 이듬해에 운월이 본래의 절터에서 약간 위쪽으로
옮겨 중건하였다.
1900년(광무 4) 다시 화재가 나자 1901년에 남호(南湖)가 중건하였다.

 

현존하는 건물로는 광명전과 문수전·칠성각·산신각·선실 등이 있다.
이 중 광명전은 1910년에 지어진 것으로 목조 맞배지붕 건물이다.
특히 귀중한 문화재가 많이 남아 있는데,
국보 제10호인 실상사백장암삼층석탑,
보물 제40호 실상사백장암석등,
보물 제420호 백장암청동은입사향로가 대표적이다.

 

그 중에서 삼층석탑은 1998년 여름에 기단부에서 팔부신중 조각이 발견되어
학계의 큰 관심을 끈 바 있다. 보통 팔부신중은 서 있는 모습이지만 이곳에
표현된 것은 악귀를 깔고 앉아 있는 모습을 하였다. 이러한 양식은 국내에서
최초로 발견된 것이며, 신라 후기의 걸작품으로 평가된다.
한편 1584년(선조 17)에 만들어진 청동은입사향로는 현재 전주시립박물관에
보관되어 있고, 고려말에서 조선초에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 백장암보살좌상은
1999년 4월 23일 전라북도 유형문화재 제166호로 지정되었다.

 

 

●삼층석탑
 

            

 

 

낮은 기단(基壇) 위에 3층의 탑신(塔身)을 올린 모습으로, 각 부의 구조와 조각에서
특이한 양식과 수법을 보이고 있다.
즉, 일반적인 탑은 위로 올라갈수록 너비와 높이가 줄어드는데 비해 이 탑은 너비가
거의 일정하며, 2층과 3층은 높이도 비슷하다.
층을 이루지 않고 두툼한 한 단으로 표현된 지붕돌의 받침도 당시의 수법에서 벗어나 있다.
또한 탑 전체에 조각이 가득하여 기단은 물론 탑신에서 지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조각이
나타난다.

 

기단과 탑신 괴임에는 난간모양을 새겨 멋을 내었고, 탑신의 1층에는 보살상(菩薩像)과
신장상(神將像)을, 2층에는 음악을 연주하는 천인상(天人像)을, 3층에는 천인좌상
(天人坐像)을 새겼다.

 

지붕돌 밑면에는 연꽃무늬를 새겼는데 3층만은 삼존상(三尊像)이 새겨져 있다.
통일신라시대 후기에 세워진 것으로 추측되는 이 탑은 갖가지 모습들의 조각으로
화려하게 장식하는 등 형식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구조가 돋보이고 있어,
당시를 대표하는 아름다운 석탑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3.이형탑(異形塔)이란?


 

백장암 삼층석탑은 기단부가 생략 되었다.
그래서 일반 탑과는 다른 '이형(異形) 탑'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형탑이란 무엇인가?
한마디로 말해서 돌연변이 탑니다.
전형적인 일반 탑과는 전혀 다른 탑이란 뜻이다.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대표적인 이형 탑들은 다음과 같다.
불국사 다보탑(국보20호),
분황사 모전석탑(국보30호),
경천사지10층석탑(국보86호),
화엄사 사자석탑(국보35호) 등등 그 외도 많이 있지만
아무튼 위의 탑들이 대표적인 이형 탑 들이고
유명한 화순의 운주사 석탑들도 모두 이형탑 들이다.

 

 

4.백장암삼층석탑의 신비 속으로....

 

백장암 삼층석탑에는 마치 천상의 세계인양
탑 전체에 무수한 조각들로 가득하다. 

            

 

1,2,3층 답신 네 면에는 목조 건축물에서나 볼 수 있는 난간을
정말 앙증스럽게도  그대로 옮겨놓았다.
난간의 새김 모양을 보고 있으면 그야말로 석공의 손이 신의 손이
어니였나를 느끼게 해준다.


나무에 조각을 해도 더러는 조각의 흠이 있기 마련인데 하물며 돌인데도
한 치의 흠도 없이 섬세하고 정교하게 난간의 모양을 새겨 놓았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탑은 층수가 올라갈수록 일정비율로
너비와 높이가 줄어드는데 반해 이 탑은 1층의 옥신만 조금 클 뿐
2,3층의 옥신은 비슷한 크기이고, 1,2,3층 옥개석 또한 거의 크기가
비슷하여 황금비율이라는 삼층석탑과는 거리가 멀다.

또한 각 층 옥개석의 층급받침에 있는 일반적인 층단이 사라지고
그 대신 1, 2층 옥개석 밑에는 연화문 조각을....

3층 옥개석 밑에는 특이하게도 각 4면에 삼존불을 조각하여 놓았다.


탑의 기단부에 속하는 지대석은 방형의 넓고 두터운 돌로 깔았으며
역시 뚜렷한 난간이 새겨진 갑석을 얹은 후 옥신을 세운 형태이다. 
 

 

 
답신을 보자. 1,2,3층 동서남북 사방 면에는 천상이 묘사되어있다.
1층 탑신에는 보살상과 악귀를 밟고 있는 신장상이 새겨져 있고,
2층 탑신에는 비파 등 주악을 연주하는 천인상이 새겨져 있고,
3층 옥개석 밑에는 삼존불이 사면에 새겨져 있으니 바로 천상이 아닌가. 
 
 



참으로 기특하게도 천 수 백 년 동안에도 상륜부가 남아있다.
노반, 복발, 앙화, 보개, 보륜, 수연이 찰주를 중심으로 아름답게 남아있다.

 

이렇게 탑의 면면을 살펴보고 나니 비로소 백장암 삼층석탑이
왜 국보로 지정 되었나 수긍이 간다.

 

탑 하단(1층 몸돌)엔 보살과 사천왕상이 불법을 수호하며
중단(2층 몸돌)엔 천인이 주악공양을 올리고 향과 연꽃을 공양하며
상단(3층 옥개석)엔 삼존불이 사방에서 협시하고 있는 모습이니
바로 불계를 탑에 새겨 넣은 것이다.
 

 
법당 안에서 본 창호이다.
한 줄기 하얀 해 빛이 냉기가 싸늘한 법당 마루에 앉아 있다.
그러나 법당 안의 세계는 법당 밖의 세계 보다 더 넓고도 높아 보인다.
잠깐이지만 하얀 창호를 맞대고 좌선에 들어본다.
그러나 엉덩이가 차가와 겨우 2~3분도 못 견디고 일어서고 만다.

 

백장암에 아름다운 것이 탑뿐만이 아니었다.
저 작고 앙증맞게 귀여운 건물이 바로 화장실이다.
화장실은 신발을 벗어 실내화로 갈아 싣고 들어가도록 되어있다.
얼마나 깨끗한지 밖으로 나오고 싶은 마음이 없어진다.
변기도 좌변기이다.
앉아서 생각 좀 해 보고 나가라는 뜻인지...
아주 홀가분 마음으로 백장암을 나왔다.
그리고 실상사로 향했다.

 

 

 
백장암 앞 마을 아주머니 한분이 길가에서
나이론 줄에 꿴 꽃 감을 팔고 있었다.
단 돈 5,000원에 비닐봉투 가득 담아준다.

 

 

 

 

꽃 감은 실상사 상가에서도 팔고 있었는데
똑 같은 량에 무려 25.000원이나 했다.

실상사 앞 꽃 감 파는 아주머니는 장사꾼이고...
백장암 앞 꽃 감 파는 아주머니는
바로 관세음보살이었음이 확실하다.

 

>미지로(20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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