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안압지...
어젯밤은 봄비가 부슬부슬 내렸었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4월의 화사한 하늘이 열리고 들과 산은 연초록색으로 아름답게 체색되어 가고 있다. 봄바람은 정말 기분을 설레게 하고.... 무리를 지어 피어 있는 빨간 영산홍 꽃은 열정의 사랑을 불태우는 듯 정열적이다.
오늘은 4월의 안압지를 보러간다. 경주 박물관 주차장에 와 보니 꽃샘바람도 아닌데... 바람이 제법 쌀쌀하다.
그런데 안압지 주차장은 관광버스로 꽉차있고, 안압지 안은 초,중등 학생들로 그야말로 인산인해다. 바야흐로 봄 수학여행 시즌이기 때문이다.
안압지 임해전이 물위에 떠 있는 학처럼 보인다, 안압지는 바야흐로 봄의 절정기에 들은 듯 하다.
안압지의 진면(眞面)은 아름다운 호수나 전각들에 있는 것이 아니다. 바로 호수에 물이 들어오는 입수구(入水口)의 기막힌 묘미에 있다.
안압지의 진짜 묘미(妙味)라 했나....? 그렇다 묘미다. 경주 북천의 물이 안압지로 들어오는 부분이 입수구이다.
입수구는 자연석으로 만든 도랑(石溝)과 2단으로 된 석조(石槽)와 작은 연못이 있고, 그리고 좁은 수로, 두 개의 판석.... 모두 5단계로 이뤄져 있단다.
북천에서 흘러 들어온 물은 석구에서 몇 번을 꺾이며 불순물이 걸러지고. 그 물은 수로를 통과해 두 개의 거북 등 모양의 석조로 흘러든다. 다음 물은 작은 연못으로 흘러들고... 여기저기 솟아 있는 돌출된 바윗돌에 부딪혀 물은 아주 맑은 물로 정화되어 그나마도 좁고 꾸불꾸불한 수로를 거쳐 비로소 안압지의 큰 연못으로 흘러 들어간다.
임해전(臨海殿)이라는 전각이름에 왜 바다 해(海) 자가 들어갔는지...? 신라인은 안압지를 바다로 여긴 듯하다. 물은 안압지를 돌고 돌아 유유자작 노닐다가 드디어 출수구(出水口) 작은 구멍으로 빠져나가 그 일생을 마치는 듯 했지만 물은 또다시 밭이나 논으로 흘러 들어가 다른 생명의 원천이 되어 드디어 그 일생을 마친다.
이제 봄이 절정에 이른 안압지의 아름다움에 취해본다. 안압지의 조경의 의미를 생각해 보자. 한 마디로 말해서 안압지의 아름다움은 자연스러운 곡선미와 인위적인 직선미가 어우러진 조화에 있다.
안압지는 평면 특징에 따라 건물이 주로 있던 직선부(서남쪽) 와 자연식생지역인 곡선부 (북동쪽) 두부분으로 나눌수 있다. 안압지의 경관은 개방성과 폐쇄성을 반복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일단 막혀 있는 공간을 본 다음 곧바로 열린 공간을 보게 될 때, 열린 공간만을 계속 보았을 때보다 훨씬 더 개방적인 느낌을 받게 된다. 이러한 원리가 안압지에도 적용되었던 것이다.
직선 호안을 바라보다 곡선 호안으로 시야가 넘어갈 때 눈앞에는 섬만이 보이게 된다. 섬으로 시야가 막혀 높아진 폐쇄성은 다음 순간 시야에 들어오는 가장 긴 수경을 드라마틱하게 표현해 주는 역할을 한다. 이렇게 안압지의 섬은 '막힘과 열림의 효과'를 완벽하게 구현해 주는 장치가 되는 것이다.
또한 대도와 중도는 직선과 곡선이 만나는 위치에 조성되어 급격하게 변하는 공간의 성격을 완충시켜 주는 역할도 한다. 안압지는 이 두 섬만이 아니라 호안 전체가 개방성과 폐쇄성을 반복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한지점이 개방적인 공간이면 그 다음 지점은 반드시 폐쇄적인 공간이 되도록 조성된 것이다. 이러한 개방성과 폐쇄성의 반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지루함을 없애도 매번 볼 때 마다 역동적인 느낌이 들도록 한다. 이러한 개방성과 폐쇄성의 반복 때문에, 안압지는 바라보는 지점에 따라 깊은 산속 에서 긴 계곡 을 빠져나가 큰 바다에 이르는 듯한 다양한 느낌을 갖게 된다.
에구~~ 어렵다. 사진이나 보자....
임해전의 석양이다. 붉은 노을과 이제 막 점등이 시작된 야간 조명이 임해전을 더욱 아름답게 하고 있다. 안압지의 야간 조명은 센서 시스템으로 설치되어 낮에는 자동적으로 조명등이 꺼지고 어둡게 되면 자동으로 조명이 켜지는 시스템으로 되어 있다고 한다.
안압지를 나오면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을 발견했다. 바로 아이들의 모습이다. 이제 4월, 봄의 절정에 있는 안압지에 또 다른 꽃들이다.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와 울긋불긋한 옷차림에서..... 나는 희망의 속삭임 소리를 듣는다. 이제 막 즐거운 점심을 먹으려고 귀여운 아이들이 잔디밭에 둘러 앉아 있다.
나는 이제 끝을 향하여 가고 있는데.... 아이들은 이제 시작이다.
부디 건강하고 밝게 자라길 바란다.
요즘 흉악범들 때문에 우리 귀여운 아이들이
수난을 당하고 있다.
우리 어른들 모두 아이들을 보호하자.
>미지로(2008.4.24)
안압지 문화재 정보
경북 경주시 인왕동에 있는 신라시대의 별궁 정원 안압지.
사적 18호로 지정된 안압지는 신라가 삼국통일을 이룬 직후 674년(문무왕 14년)에 조성되었다. 고려 이후 화려한 별궁 정원의 모습은 역사 기록에만 남겨둔 채 안압지는 시간의 흐름에 무방비로 방치되어 왔다. 그러다 1974년 경주종합개발계획의 일환으로 연못을 정비하던 중 생각지 못했던 유물들이 대량으로 쏟아지면서 안압지는 비로소 다시 그 거대한 실체를 드러내게 되었다. 이곳에서 3만여 점의 유물이 발굴되었고, 못가에 쌓인 진흙을 걷어내자 비로소 모습을 드러낸 1천 3백여 미터의 거대한 호안과 스물여섯 곳의 건물터, 입수구와 배수구의 독특한 시설 등은 1천 3백여 년 전에 이룩된 우리의 전통조경 방식이 어떤 것이었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는 것이다. 안압지를 통해 우리는 비로소 우리의 전통 정원이 어떤 사상과 정신을 바탕으로 조성되었는지, 그 미학적 토대는 무엇이며 어떤 원리에 따라 조성된 것이었는지를 분명하게 확인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안압지 안에는 크기에 따라 대도, 중도, 소도로 구분하는 3개의 섬이 있다. 대도는 남쪽 호안에 중도는 서북쪽에 소도는 못의 한가운데에서 약간 남쪽으로 치우친 곳에 위치해 있다. 안압지의 3개의 섬은 한곳에서 한꺼번에 절대 보지 못한다. 이처럼 안압지의 경관은 개방성과 폐쇄성을 반복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안압지를 바다로 생각하고 만들었는데, 안압지의 호안과 동해구의 모습이 놀랍도록 닮았다. 이것은 가장 한국적인 해변을 표현하고자 한 것이다. 신라에는 예로부터 용에 대한 믿음이 있었는데 이것은 용왕전이라는 곳에서 나타난다. 용왕전은 루트2가 나올 강장 중앙적인 자리이다. 그리고 다른 곳 에서는 볼 수 없는 괴석이 많이 있다. 또, 동해구 해안을 바라보기 위해 특별히 만들어진 곳이다. 일출과 월출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곳이다. 동쪽을 향하고, 동해로 향하는 곳이다. 또 이곳에서 용기와가 출토 되었는데 작품성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월등하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훌륭하다. 안압지에는 이전 시대의 유적에서는 보지 못했던 정교한 축대가 처음으로 나타난다. 성곽을 쌓은 듯한 높이 6미터의 축대는 지면과 완전한 수직을 이루고 있다. 직선 호안만이 아니라 곡선 호안도 네모난 모양으로 가공된 돌을 사용해서 마치 벽돌을 쌓아올린 것처럼 줄을 맞춰 정연하게 축조했다. 이러한 돌 쌓기 양식은 천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뒤에도 흐트러짐 없이 그 견고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단양의 온달산성에는 돌을 수직으로 정연하게 쌓아올린 돌 쌓기 방식이 적용되었는데, 안압지의 석축 방식도 이와 동일하다. 성벽의 돌출된 모습까지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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